손발의 온도에 따라 한·열궐로 분류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던 국내경기는 끝 모를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에 봉착하여 예전의 imf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전 국민이 합심하여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겠으나오랜 경기 불황은 오히려 계층 간 불화를 조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나 당장의 양보가 견디기 힘들어서이다. 지금도 언론관계법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올 봄은 다양한 계층의 사회적 이슈로 더욱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계층 간의 불화는 통상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데, 이마저도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 대체로 하루하루 연명하기 어려운 계층일수록 사회문제에 둔감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보듬지 못하면 소외의 정도는 갈수록 심해져 나중에는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될 것이다. 소외 계층이 있다는 것은 그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우리 몸에서 기혈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손발이 소외되기 쉬우며 이때 나타나는 병증이 수족궐증이다. 수족궐증은 손발이 싸늘해지는 한궐(寒厥)과 반대로 손발에서 열이 나는 열궐(熱厥)이 있다. 몸을 순행하는 기(氣)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고 거꾸로 흐르거나 서로 접속하지 못하면 생기게 되는데, 양기가 아래로부터 쇠해지면 손발이 싸늘한 한궐(寒厥)이 되며, 음기가 아래로부터 쇠해지면 손발이 뜨거운 열궐(熱厥)이 된다.

손발이 싸늘해지는 한궐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 비위의 기운이 허냉한 경우 양기(陽氣)가 중초(中焦)에서 사지로 퍼지지 못하여 생긴다. 대체로 비위가 약한 체질에 잘 나타나며 음식을 잘못 먹었거나 노심초사하여 신경을 과도하게 쓰게 되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갑자기 차가운 음식을 먹었거나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난 후 차가운 음료수나 맥주를 마셨을 때도 나타난다. 한궐이 심해지면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다.

신기(腎氣)의 기운이 쇠하여도 손발이 차갑게 변할 수 있다. 정기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연로하여 신기가 쇠해지면 나타난다. 대체로 손끝과 발끝만이 차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손발이 뜨거워지는 열궐은 음기가 쇠하여 나타나는데, 옥산(玉山)이 무너지는 것처럼 위험한 증상이다. 손발이 뜨겁고 추위를 타지 않으며 더위를 심하게 탈 수 있다. 겨울에도 맨발로 다니기도 한다. 태생적으로 신기(腎氣)가 약하게 태어난 체질에 잘 발병하는데, 특히 술에 취하거나 배부른 상태에서 성생활을 과도하게 하면 쉽게 발생한다. 병증이 심해지면 가슴 밑이 답답하거나 열이 치솟게 되는 오심번열(五心煩熱)에 이르게 되는데 매우 위급한 상황이다.

한궐과 열궐로 나타나는 수족궐증이 있을 때는 먼저 생활을 돌아보아야 한다. 식생활과 수면생활을 규칙적으로 영위하고 음식은 전통음식으로 담백해야 하며, 저녁은 가볍게 먹고 아침은 넉넉히 먹어야 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술 혹은 편식을 경계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 성내거나 슬퍼하거나 희희낙락하는 것은 병증을 더욱 깊게 한다. 성생활을 절제하고 산책을 자주하며 기쁘게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가꾸도록 한다.

수족궐증이 있다는 것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기신혈(精氣神血)과 오장육부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증거이므로 급히 다스려야 한다. 한궐은 위장과 생식기 기능의 저하를 동반하므로 소화장애와 자궁·난소·정력에 이상이 발생하기 쉽고, 열궐은 뼛골의 진액이 마르는 것이므로 각종 성인병·뇌졸중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체질과 병증에 맞게 침·뜸과 한약으로 다스려야 위험한 지경을 면할 수 있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본보 한의학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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