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헌정 사상 유래 없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궐 선거로 정권 교체가 이뤄져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서 촛불로 표출된 성숙한 시민 정신은 세계사에 기록될 만한 민주 정권을 만들었다. 그동안 너무 비정상적인 일들에 상처받은 우리였기에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새 정부의 행보가 매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구동성으로 오늘은 어떤 기분 좋은 소식이 있을까 기다려진다고 한다. 어둡고 긴 터널을 막 나왔을 때 비치는 햇빛의 눈부심 같은 나날이다.

 우리의 대통령은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세월호에서 제자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을 인정해 주고,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대통령의 싸인 받을 종이를 찾는 학생을 마치 할아버지처럼 무릎 구부려 기다려 주었다. 군부대 시찰 때는 친근하면서 단호한 의지로 안보 불안 이미지를 말끔히 날린,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지금 그는 가는 곳마다 누구에게나 환호를 받고 있어 그 인기가 아이돌 부럽지 않다. 주인인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머슴의 자세로 더 낮게 다가오는 그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 같은 존재다. 이제는 더 이상 소통의 상징인 오바마 대통령을 가졌던 미국인들이 부럽지 않다. 아니 지금은 그들이 우리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5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그날의 희생자들을 기렸다. 그날 태어난 직후 군인의 총에 아버지를 잃어 '슬픈 생일'을 맞은 딸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처럼 포근하게 안아주는 대통령의 모습은 훈훈함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모두 두 손을 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목청껏 제창한 '임을 위한 행진곡'에 광주 영령들의 한이 풀어지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품고 살아온 유족들은 마침내 진정한 위로를 받았다. 바야흐로 통합과 화합 그리고 치유의 거대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이제 비정상은 정상이 되고 나라는 나라답게 변할 것이며, 국민은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우고 꿈을 꿀 것이다. 불과 보름간의 행보만으로도 소시민의 하루하루는 봄날이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봄바람의 상쾌함에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따뜻한 봄날에도 어느 날 문득 꽃샘추위가 찾아온다. 시민이 만든 행복을 지켜는 것도 시민의 몫이다. 지도자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때는 아낌없는 박수와 지지를,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는 촛불의 외침으로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한순간도 지도자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가 그의 철학대로 대한민국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 수 있도록, 그리하여 떠난 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나라가 되도록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이전 정부의 일을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그것을 오용하거나 남용하지 않도록 항상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5년 후 '역시 우리의 선택은 위대한 선택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