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났다. 새 정부 협치의 첫 시험대였기에 기대가 높은 것만큼 우려도 없지는 않다. 접견 장소가 외빈 접견을 해오던 상춘재 앞뜰이었다. 오찬을 겸한 만남은 2시간 2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각 당 대표를 방문한 데 이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른 취임 9일 만에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얼굴을 맞댄 것이다.

 국회와의 소통·협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새로운 국·청 관계'의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각 당 원내대표를 일일이 마중했고 그동안 청와대에 가면 누구나 달았던 이름표도 없앴다. 상석이 따로 없는 원탁 테이블에서 격의 없는 대화 방식도 과거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원탁에 둘러앉은 대통령과 원내대표들에게 한식 정찬이 차려졌는데 주요리가 통합을 염두에 둔 비빔밥이었다. 또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직접 만들었다는 인삼정과가 후식으로 나왔다. 청와대 측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것이 우선 국민들이 보기에도 좋았다.

 청와대가 파격적인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1야당 대표인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소탈하고 격의 없는 대화에 임하셔서 자연스럽게 의견 개진이 많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 성과도 기대 이상이었던 것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개헌이었다. 문 대통령은 공약대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도 국민투표로 다루자고 밝혔다.

 대부분이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하고 각 당 원내대표가 동의하는 형식이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었다. 어떻게 하면 정부·여당과 야당들 사이에 명실상부한 국정 협치가 이뤄질 수 있는지 알기 쉽게 보여준 회동이었다. 단순한 상견례가 아닌 협치의 방식과 내용을 국민에게 보여 주는 회동으로 평가를 받았다. 첫 회동이 협치의 출발이라는 의미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내용도 기대했던 것보다 충실했다는 후평이다.

 막연해 보이던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가 5당 대표 회동으로 손에 잡히는 현실로 다가왔다. 국민을 경외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개헌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풀어가기 바란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회동에서 나누고 확인한 신뢰의 폭과 깊이다. 말과 글로 협치를 아무리 떠들어도 '다른 생각'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으면 문재인식 개혁도 내내 소음만 내다가 누더기가 되기 십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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