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내정보담당관 제도 전면 폐지
"악용 우려" vs "안정적 국정운영에 필요"
충북 정보과 소속 절반, 기관 등 상시 출입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국가정보원이 국내정보담당관(IO·Intelligence Officer)의 기관 및 단체 출입을 전면 폐지하면서 사실상 국내 정보수집·생산을 독점하게 된 경찰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경찰 정보부서 인력은 3463명으로 총 정원(11만3077명)의 3.1%를 차지한다. 지구대·파출소(41.2%), 수사(17.6%), 생활안전(11.2%), 경비(8.6%), 교통(8.6%) 기능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배치돼 있다.

충북경찰청을 비롯해 도내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 속한 정보관은 11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 가량인 외근정보관들은 기관·단체·언론 등을 상시 출입하며 내부 동향 파악과 정보 수집, 범죄 첩보 등을 담당하고 있다. 

금지하고 있는 기관장 동향 파악도 여전히 일부에서는 '비서면(非書面) 구두보고'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국정원과 달리 경찰 정보부서는 특수활동비까지 편성해 합법적인 정보 수집 활동을 해오고 있다. 

충북도내 주요 기관·단체에도 국정원 정보관보다 2~3배 가량 많은 인원이 출입하며 정보를 수집해 왔기 때문에 그 양이나 질에 있어서도 '알짜배기'가 많다는 평이다. 

정보수집이 주기능인 국정원도 국내 정보에 있어서는 경찰 정보를 참고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면서 경찰 정보부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공식적으로 국내 정보를 수집·보고할 수 있는 최대 기관이 됐기 때문이다. 다른 정부 부처나 기관에도 '동향 파악'및 '범죄정보 수집' 명목으로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규모 면에서 경찰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같은 경찰의 '국내 정보 독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일선 정보관이 수집한 정보는 그 중요도에 따라 지방경찰청, 경찰청을 거쳐 청와대까지 보고된다. 국정원이라는 '비교 대상'이 없어진 상황에서 과도한 '충성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부정적인 시각의 핵심이다.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했던 충북의 한 공무원은 "정권이나 특정 개인을 위한 정보 수집·활용 등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것들이 경찰조직에서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권한이 집중되다보면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도 있게 마련인데 악의적인 정보 수집·활용을 통제할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경찰 정보관은 "정보수집 역할이 경찰에 집중되는 만큼 '윗선'에서 요구하는 정보도 더 많아질 수는 있다"며 "이런 점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지, 그 반대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과 달리 경찰의 정보기능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충북의 한 경찰 간부는 "경찰 정보는 수집부터 보고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며 많은 사람에게 '오픈'이 되기 때문에 악용될 소지가 그 만큼 적다"며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경찰의 정보 수집은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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