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호국, 이 맘 때면 늘 떠오르는 단어이다. 6월은 유난히 '호국'과 관련된 일이 많았다. 6.25사변이 있었고 군부독재시절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으로 독재에 맞선 온 국민의 항쟁도 6월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도 6월에 있다. 6월이 다가오면 우리는 나라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며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화합하지 못하며 분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비난하며 손가락질하는데 그 이유가 자신들은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는데 저 편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과 함께하지 않으니까 나라를 무너뜨리는 집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어느 편을 가나 똑같이 들을 수 있다. 양쪽 모두 서로를 용납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이유가 바로 나라사랑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의 내면에는 다양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의 편협한 정서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예레미야서를 보면 당시 이스라엘은 바벨론의 공격을 받고 나라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사실 이제는 시기의 문제만 있을 뿐 이스라엘의 멸망은 기정사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몇몇 사람들은 끝까지 바벨론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바벨론을 물리치기 위해 이집트의 도움을 얻고자 했다. 그런데 예레미야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이집트를 의지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예레미야는 바벨론에 대적하지 말고 항복하여 그 나라의 포로가 되는 것이 이스라엘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포한다. 이스라엘은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인데, 그 멸망 속에서도 이스라엘이 살 수 있는 길은 이집트와 힘을 합하여 바벨론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벨론에 항복하여 나라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런 후에 바벨론의 포로가 되어 그 나라에서 정착하여 살면 언젠가 하나님께서 다시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실 것이라고 말이다.

 결사항전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예레미야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불같이 화를 냈고 그를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했다. 결국 바벨론이 이스라엘에 세운 총독 그달리야를 암살하고는 바벨론의 보복을 피해 이집트로 달아난다. 하지만 역사는 예레미야의 주장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사람들은 페르시아의 등장과 함께 다시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들은 예루살렘 성벽과 성전을 재건했고 그곳에 다시 정착하여 살 수 있었다.

 바벨론과 싸우려했던 사람들이나 예레미야 모두 자신의 조국을 위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알고서는 서로를 비난하고 멸시했다. 참된 나라사랑은 무엇인가? 우리는 종종 나라사랑의 이름으로 뜻이 다른 이들을 비난하는 자들의 모습을 본다. 하지만 그들이 비난하는 저들도 자신들이 사랑하는 나라의 국민이 아닌가? 호국의 달 6월, 참된 나라사랑은 나와 다른 사람을 용납해 주는 관용으로부터 시작됨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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