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요즘 특목고를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 교육정책은 특목고를 통해 양성한 엘리트들이 국가의 부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루어졌다. 최근에도 인천과 세종에 수백억 원을 투자하여 과학예술영재학교가 설립되었으며, 과학고, 영재고, 과학중점고 등도 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정책은 "한 명의 영재가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표어로 집약된다. 그러나 그동안 특목고가 명문대 입학 관문으로 자리 잡았을 뿐, 그 후에 일반고 학생과 차별된 성장을 보이지 않았다. 영재교육에 수십 년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노벨상 노미네이트조차 되어 보지 못했다. 이제는 "한 명의 영재를 수백만 명이 먹여 살린다"는 표어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그럴 듯하다.

 중학교 때 조금 공부 잘했다는 이유로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교육적 혜택을 누리고, 대학 입시에서도 명문대에 입학하는 기득권을 가진다. 하지만 그들이 대학을 간 후에는 일반고 출신이나 큰 차이가 없어진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일반고 학생들은 특목고 학생들과 달리 대학 입학을 위한 수능 시험에 매달리다보니, 학교 다니는 동안 교육적 혜택의 불평등 뿐 아니라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나는 특목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과 달리 무의미한 문제 풀이에 시간을 쏟지 않고 더 나은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누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대학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세계적인 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어야 하는데. 오늘날에는 다양한 정보를 아는 것보다 잘 조직하는 사람, 수용보다는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 창의적인 사람을 원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성세대는 좋은 성적과 학벌이 있으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서의 역량이 안 된다고 믿는 학생들의 성적 비관 자살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자식을 특목고에 보내는 부모들은 국민이 낸 세금의 혜택으로 자녀가 교육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똑똑하니 미래에 사회적 경제적 지위 획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특목고를 가는 목적이 명문대 진학 때문이라면, 우리가 굳이 이들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없다. 아주 어려운 형편의 영재가 아니라면, 자신의 자녀가 명문대에 가기 위해 좋은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부모들은 스스로 그 교육비를 감당하는 것이 옳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에 대한 교육이 빠진 영재교육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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