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촛불이 만든 정부는 이전 정부가 행했던 각종 비정상적 일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들은 모두 지나치게 사사로운 이익에 충실한 나머지 투명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하고 국민적 합의에 위배된 것들이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지극히 상식적 정상화 과정을 보면서 그간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얼마나 고통 속에서 신음했는지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정상화 된 것은 토요일이다. 지난 겨울 주권자인 시민들이 토요일마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이게 나라냐'를 외쳤다. 이에 대한 답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철학을 지낸 후보가 대통령이 되니 토요일이 다시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뀌었다.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으나 사인이 의도적으로 병사로 기록되어 사후에도 유족은 사망신고서조차 작성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80여 일만에 서울대학교병원은 자발적으로 사인을 수정했고 이어서 경찰이 사과했다. 쌀값을 현실에 맞게 올려 달라고 외친 죄밖에 없는 그는 이제 비로소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되면서 한직으로 밀려나고 마침내 사임당한 문체부 노태강 전 국장이 차관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평창올림픽을 공정하게 잘 치를 수 있는 적임자로 여겨져 중책을 맡겼다고 한다. 권력의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한 그의 행위와 행정 업무 능력이 인정된 것이다. 그의 공직 철학인 사무사(思無邪) 정신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가슴 뜨거워지는 통쾌한 정상화다.     
   
 국정 교과서가 폐기됨으로써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는 역사 교육도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왔다. 44억이라는 혈세를 낭비하고 얻는 비싼 정상화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처음부터 명분도 없는 사심에서 출발했으며,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훗날 자연스럽고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일본과의 위안부 협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합의 내용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일본에게 '국민의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통보하면서 재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그것은 처음부터 은밀하게 진행된 비정상적 외치였다. 청춘을 송두리 채 빼앗긴 그들은 이제 응어리진 한이 풀어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촛불이 만든 대통령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정상적 생각과 그것을 실천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정상에 목말랐던가를 반증하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상식과 원칙이 통하고, 노력한 만큼 열매를 거둘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회다. 공동의 목표를 가진 지도자와 국민들이 만들어낼 내일의 우리 사회 모습을 조금은 기대해도 되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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