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종 갑(甲)질이 소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말 일찌감치 소탕이 되었어야 하는데 수많은 자영업자들이나 힘없는 서민들이 그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을 생각하면 늦은 감이 있다. 1930년대에 미국에서는 타인을 위한 도덕적 틀을 형성하는 것이 관리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채택되었고, 그것은 윤리적 리더십이론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관리자와 부하들이 서로 동기부여와 도덕성 수준을 얼마나 향상시키는지가 경영성과의 지표 중의 하나로 정착되었다.

 지금부터 약 90년 전에 미국에서 이와 같은 사회적 자정운동이 일어난 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오늘날 유행처럼 번진 갑질로 미국의 근로자나 하청업체들도 많은 고통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달리 호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근로자들은 갑질을 일삼는 경영자들을 총으로 사살하기도 하고 공장을 파괴하는 거친 행동으로 저항했다. 이런 미국인들의 투쟁의 역사에 비하면 한국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나 협력사 근로자들이나 을(乙)의 위치에 있는 서민들은 마냥 착하기만 하다고 해야 할까?

 이제 미국에서 윤리성은 리더십 발휘의 필수항목이다. 그 이유는 관리자의 윤리성이 조직의 정당한 가치를 확립하고 강화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서 도움을 준다는 강력한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21세기 현대에도 수천억 원에서부터 수조 원대의 자산을 가진 프랜차이즈 사업가들이나 갑질을 일삼는 계층에게 윤리는 허울이고 껍데기일 뿐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불쌍한 을들을 아무리 짓밟아도 그들은 울기만 할뿐 저항할 줄 모른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하청업자나 가맹점주들을 울려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업주들이 그토록 비윤리적인 경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갑질이 너무나 정당한 것으로 용인되고 그런 비윤리적 관리가 무용담으로 전수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의 비윤리적인 갑질이 통용되도록 만든 모델이 바로 고위관료이고 국회의원이고 재벌들 아닌가.

 미국에서 경영활동 시 윤리적 리더십이 반드시 실천되어야 하는 것으로 강제되는 배경은 그것이 타인의 윤리적 행동을 촉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가 공평하다는 인식과 가진 자들에 대한 존경을 불러일으키고, 돈을 추구하는 것이 정신과 육체가 매우 건강한 사람의 정상적인 행동으로 평가받게 만드는 원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자들의 갑질은 왜 소탕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그동안 쌓인 적폐를 일소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았다. 과연 이 정부가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마냥 분노의 눈물만 흘리면서 살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는지 살펴볼 일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