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복대·비하동 주민들 "市, 부실 대응"
市 "불가피한 자연재해… 인정할 수 없어"
책임 놓고 대립 첨예… 법적 다툼 불가피
기상청 '늑장 특보' 따른 유·불리도 촉각

[충청일보 박성진기자] 22년 만에 충북 청주 등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피해배상이 이뤄질까. 자자체의 부실한 대응 등을 이유로 집단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지자체의 조치의무 정도에 따라 책임 유무가 갈리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 수준의 폭우라면 배상을 받아내기가 어려울 듯 보인다.
 
지난 16일 오전 시간당 최고 91.8㎜로 하루에만 290.2㎜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본 청주시 복대동 지웰홈스 입주민들과 비하동 주민들이 청주시의 부실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며 시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폭우로 지웰홈스 452세대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변전소가 물에 잠겨 단전·단수되면서 대피소 생활을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당시 역류한 하수도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이닥쳐 피해를 본 만큼 하수관 관리 주체인 청주시가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 침수피해를 본 인근 비하동 주민들도 서청주대교 보강 공사와 석남천 월류수처리시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쌓아둔 대형 관로가 하천 범람의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청주시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탄원서 등을 받고 있는 피해 주민들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재(人災)가 아닌 천재지변에 따른 피해라고 반박하는 청주시의 입장으로 볼 때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1년 7월 폭우로 피해를 입은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주민 145명이 광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송정동 일대에는 1일 누계 강수량 273.1㎜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1시간 동안 무려 94㎜의 비가 내려 건물 등이 침수되고 759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광주시가 폭우 대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하천이 범람해 피해가 막대했다며 1인당 1500만~1억2200여만원 등 총 23억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1심은 광주시의 수해 책임을 30%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고 시에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비 피해는 짧은 시간에 강우량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데, 수해 당시 침수지역 일대에 1시간 동안 내린 94㎜의 비는 100년에 한 번 있을 정도로 매우 드문 집중호우로서 광주시가 조치를 했더라도 수해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원고 패소 이유였다.
 
2015년에도 대법원은 경기도 양주시에서 섬유도매업을 하는 S씨가 "경기도와 양주시가 빗물 처리 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집중호우 때 넘친 물로 공장에 손해를 봤다"며 두 지자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였다면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당시 양주시에는 일일 강수량 466.5㎜의 폭우가 쏟아졌다.
 
반면 집중호우에 대한 배수관 작동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지자체에게 일부 배상책임을 물은 판결도 있다. 법원은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지자체의 조치의무와 예측 가능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폭우 피해로 소송이 붙으면 지자체는 치수 관리를 제대로 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폭우가 사람이 대응할 수 없는 천재지변 수준이라고 항변한다. 반면 피해 주민들은 이 같은 지자체의 주장을 깨기 위해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 치더라도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에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반박한다.
 
다만 이번 폭우의 경우 기상청의 강수량 예측이 한참 빗나갔기 때문에 어느 쪽에 유·불리로 작용할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겠다. 폭우가 쏟아진 당일 오전에 기상청은 충북 중북부 지역에 30∼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최고 10배 가까운  290.2㎜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청주에 대한 호우경보도 폭우가 퍼붓기 시작한 오전 7시10분에 발령하는 등 '늑장 특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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