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주 춤평론가·이찬주춤자료관 대표

[이찬주 춤평론가·이찬주춤자료관 대표] 충청권에서 활동하는 송범의 후예 139인이 최근 모여 춤 공연 '송범 춤 그 후- 춤·춤·춤 Together'의 막을 올렸다. 송범춤사업회 회장 류명옥이 총연출을, 춤공간 아트스테이 대표 윤보경이 기획을 각각 맡았으며 청주시와 청주예술총연합회, 사단법인 퍼스트 경영기술연구원 등이 후원했다. 지역에서 송범의 춤을 계승키 위해 무용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만든 이 무대에서 이들은 '청주산조', '호두까기인형-눈의 왈츠', 'Brand new the move', '마음의 울림', 'Go.Back-고백' 등 다양한 춤을 선보였다.

 139인의 춤 중 한국춤 '청주산조'는 박서연(송범춤사업회)이 선보였다. 흩어진 가락을 모은다는 뜻의 산조(散調)는 19세기에 처음 만들어지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정교한 선율로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던 산조는 20세기 들어 더욱 발전했다. 전설적인 춤꾼 송범도 '산조춤'을 만들어 췄다. 그의 제자 정재만은 송범류의 산조를 '청풍명월'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안무해 부채를 들고 거문고 선율에 맞춰 여인의 심정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박서연은 박자와 호흡은 똑같이 하며 이 작품의 순서를 그대로 지켰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에 변화를 줘 진양으로 넘어갈 때 대열이 달라지는 형식으로 바뀐다. 진양중모리로 시작해 중중모리, 자진모리의 장단까지 여성의 자유로움을 춤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미색 저고리에 연분홍, 겨자, 물빛, 옥빛, 살굿빛의 치마를 입고 등장한 5인의 춤꾼은 멈출 듯 멈추지 않는 춤사위에 가락의 숨결을 담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움직임을 담아냈다. 춤꾼 여인들이 보여준 섬세한 기교와 눈빛은 관객들의 가슴 속에 정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옥란의 현대무용 'Go.Back-고백'은 인간적인 속마음, 학교와 사회에 부딪히며 오는 자괴감·무기력증이 있지만 꿈을 찾아 헤매는 청소년들의 소리 없는 고함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장기하의 노래 '달이 차오른다 가자'로 시작된 이 작품에서 아홉 명의 젊은 춤꾼들이 학생 교복을 연상시키는 하얀 셔츠 모양 상의와 짧은 넥타이에 분홍, 파랑, 주황색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학교용 철제 의자에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젊은이들의 고민에서 오는 학교의 모습을 감상하도록 관객을 이끌었다.

 군무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 에너지를 보여줬고, 춤꾼들이 무대를 가로질러 중앙의 한가운데로 걸어 나와 손을 위로 함께 모으며 끝이 났다. 젊은이들의 답답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공감하기 쉬웠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활달한 춤으로 풀어내니 신선했다. 한국춤계의 독보적 존재로 손꼽히며 충북 청주의 자랑이라 불리는 송범. 우리는 극장에 모여 139人의 춤판을 열었고 그가 그토록 바라던 희망의 춤판을 꿈꾸며 송범의 후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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