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해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또 5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내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정전략에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포함시켰다. 국세청·경찰·공정거래위원회·감사원 등 이른바 5대 권력기관과 국정원의 개혁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 중 검찰개혁은 지난 수 십 년간 모든 국민들이 요구해온 사항이다. 국정농단을 초래한 전 정권을 촛불시위에 이은 탄핵심판으로 무너뜨린 후 수립된 이번 정부에서 특히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도 검찰개혁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에 줄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묵묵히 일해온 검사들도 더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떡값검사 벤츠검사 스폰서검사 등 검찰의 부패상을 드러낸 갖가지 추문이 드러났지만, 지금 검찰이 깨끗해졌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권력에 영합하고 정치인에게 줄을 대고 승진과 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정의를 저버린 검사는 다 사라지고 정의수호의 사도들만 남았다고 말 할 수 있을지 아직도 회의적이다. 10여년 전에 재벌의 편법상속과 비자금 사건을 폭로해 전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검사 출신 변호사의 보고서는 지금도 유효할 것이다. 특수부 출신인 그는 “그들(재벌 경영층)은 돈을 쓰지 않으면 일을 열심히 안 한다고 질책했고, 그 돈으로 사법부 길들이기를 요구했다…”, “내 청춘을 고스란히 묻었던 검찰이 그들이 뿌린 돈으로 썩어가는 것을 보는 일이 괴로웠다”고 술회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정치권에 줄을 대 국회 진출과 권력핵심 진입을 노리는 이른바 정치검찰에 대한 표적 사정을 주문했지만, 일반 서민들은 정치검찰보다는 돈에 의해 정의를 팔아먹는 부패 검찰을 더 미워한다. 그래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인질극의 주인공 지강헌의 말이 한세대가 지난 지금도 사회에서 회자되는 것 아닌가. 이래서야 대한민국이 어떻게 민주사회가 될 수 있고, 선진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실 정치 검찰이 생산되는 것은 정치인들의 책임이 검찰에 비해 70대 30 정도로 더 크다. 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받기 위해 칼자루를 쥔 검찰과 야합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 정치검찰이다.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검찰에게 없애라고 하면 그것이야 말로 코미디 아닌가.

정치인들이 바로선다면 5대 권력기관이든,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는 정보기관이든 힘 있는 기관에 대해 개혁을 부르짖고 야단을 떨 이유가 없다. 검찰은 사법부 소속이 아니라 행정부 소속이다. 행정부 최고위층에 위치한 청와대가 검찰을 자신들의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잘못된 인식만 버려도 검찰개혁의 절반은 이뤄질 것이다. 여기에 서민의 삶을 위협하고 사회정의를 짓밟는 부패 검찰을 솎아내는 데 청와대가 힘을 집중한다면 검찰개혁은 완성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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