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시간, 그리고 세월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천년의 세월을 끄떡없이 지켜내고 있는 것을 보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비하지 않을 수 없다.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에 위치한 농다리! 고려초기에 축조된 돌다리로서 길이는 93.6m, 높이는 1.2m 국내 최고(最古), 최장(最長)이라고 한다. 천년의 세월을 자태를 잃지 않고 다리로서의 본분을 지켜 왔다. 그 오랜 세월을 어떻게 버텨올 수 있었는지 신비스럽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달되어 그 어떤 뛰어난 공법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만 쌓아놓은 것일진대. 편마암의 일종인 자석(紫石)의 돌! 붉은 빛을 띤 돌을 지네가 구불거리며 기어가는 모양으로 쌓아 물살의 저항을 적게 받도록 했고 높이가 낮아 장마가 지거나 유량이 많을 때는 넘쳐서 흐를 수 있도록 수월교 형태로 만들어졌다. 돌다리를 건너려고 발을 디디면 어떤 돌은 삐끄덕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내딛던 발을 움츠리며 놀라기도 한다.

 돌을 다듬지도 깎지도 않았다. 돌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원형 그대로 살려 큰 돌을 놓고 사이사이 작은 돌을 끼워 넣어 만든 다리라는 것을 무지無知한 필자의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장마에 청주를 비롯해 많은 수해를 입었다. 농다리도 일부 유실되었다고 한다. 일부 유실되면 마을 주민들이 복구를 하고 돌보아 온 결과로 천년의 신비를 간직하며 유례가 없는 축조기법으로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로서의 명명을 지키고 있다.

 다듬지 않은 제각각의 돌들이 크든 작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천년의 세월을 지켜왔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어렵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민과 사랑으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 농다리에서 강한 물살의 흐름도 거스르지 않고 흘러 갈 수 있도록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되새겨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