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효과적인 행동은 반드시 치밀한 계획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사전의 조사와 냉정한 판단,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성이 필요한 것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계획이란 아무리 계획성의 극치를 다한다 하더라도 100퍼센트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계획에는 반드시 어디엔가 맹점이 있기 마련이며 이 맹점을 뛰어넘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비합리적인 정신력인 것이다.

 월남전에서의 미국의 패배는 그 좋은 예다. 미국 국방성은 컴퓨터의 판단을 믿고 빠른 시일 내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들은 정신력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컴퓨터에는 정신력이란 것을 입력(入力)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소설가는 그의 행동학 입문(行動學入門)에 이렇게 쓰고 있다. "행동하기 위한 계획은 그것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짜여졌다. 하더라도 어떤 비합리적인 힘으로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데에 행동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거기에는 언제나 우연, 우발성의 신비한 움직임이 있다. 항상 행동에는 이 우발성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도저히 사람의 지식으로는 이해 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우연이 행동의 마지막 순간에 맞부딪쳐 온다."

 어느 프로 스키어의 경우를 보자. 그의 대활강(大滑降)에는 기업의 원조에 힘입어 과학의 정수를 총동원한 주도(周到)한 준비가 되풀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그는 계획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를 거듭해 자기의 계획에 합리의 밀도(密度)를 더하고 있다. 특히 위험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고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평이한 사면(斜面)이라도 눈 아래 바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미끄러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 만전의 계획과 세심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래도 실행의 접점(接占)에서는 위구(危?)의 불안에 떨고 있다. 아무리 면밀한 준비를 마쳤다 하더라도 사람의 지혜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래도 해본다는 정신 이외에는 없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이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정신이야 말로 계획과 실행의 접착제(接着劑)로서 이것 없이는 계획은 우연을 뛰어넘어 효과적인 실행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100퍼센트의 완전한 계획도 몇 10퍼센트의 성공의 가능성을 가리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 결정타는 그래도 해본다는 정신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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