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보조금 1억7000만원 대부분
가수 초청·불꽃놀이 비용 등 책정

[천안=충청일보 박상수기자] 지난 9일과 10일 충남 천안삼거리공원에서 1박2일로 열린 15회 충남농업경영인대회의 당초 예산편성(안)이 잔치를 위한 예산임이 드러났다.

이로써 천안시가 지원하는 보조금 가운데는 받아 내기만 하면 먹고 마시는데 사용해도 되는 눈먼 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향후 보조금 지원에 세부적이고, 철저한 사전 조사와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보조금 지원에서 들어나 듯 내년에 있을 현 시장의 재선에 농업경영인들의 표를 의식해 예산요청의 주관부서인 농업정책과가 선심성 예산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살 소지가 충분하다.

시가 제공한 15회 충남농업경영인대회 당초 예산 편성(안)에 따르면 전체 2억원의 예산사용계획은 △기획비 660만원 △인건비 284만원 △공연비 880만원 △문화행사 933만원 △행사시스템 구성 5530만원 △행사장 시설 7894만원 △기본경비 3540만원 △예비비 279만원으로 큰 틀의 안을 짜 시에 제출했다.

전체 예산 중 85%인 1억7000만원은 천안시가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치맥(치킨과 맥주)파티를 위해 통기타 가수 초청비 330만원, 치맥페스티벌비 500만원, 명랑운동회 치맥페스티벌무대 100만원, 치맥페스티벌 조명 150만원, 치맥페스티벌 구조물설치 100만원 등 치맥페스티벌과 관련해 1180만원을 사용한다고 적시했다.

1000발 이상의 축포를 쏘겠다며 책정한 불꽃놀이비용도 770만원을 책정했고, 연예인 초청비로 880만원을 사용한다고 했다. 임원숙박비와 식대 등이 500만원, 참가자 시상품대가 1000만원, 다과 부페와 음료, 차, 떡값이 200만원 책정됐다.

당초 예산편성(안)을 들여다보면 '먹자'와 '놀자'에 필요한 프로그램에 예산이 짜여 져 있어 천안시민의 혈세로 행사에 참여한 천안을 포함한 충남지역 타 지역 농업경영인들에게 선심을 쓰는 꼴이 됐다.

이들 단체는 천안지역이 지난달 16일 폭우피해로 재난지역으로 선포돼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피해지역 인근인 삼거리공원에서 축제를 벌여 비난을 산 바 있다.

예산편성(안)을 살펴 본 해당부서 공무원조차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예산을 보조금으로 지원해 준 것은 잘못됐다"고 할 정도다.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예산편성(안)은 농업경영인회에서 요청한 것이고, 축제기간 중 하루는 비가 와서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정확한 사용내역은 정산서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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