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올여름 유난히 푹푹 찌는 폭염으로 우리를 괴롭히던 더위도 이제는 한풀 꺾여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러한 더위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의 갈등은 언제쯤 해소 될 것인가에 대한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한 나라의 정치발전 척도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갈등 관리용량과 비례한다고 말한다. 갈등에 대한 공론화를 사회 전반에 부각시킴으로써 문제해결의 여론조성과 해소방안이 모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소외된 민중들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경직된 사회계층의 권력분화에 대한 기회는 갈등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매개체로 하여 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회적 갈등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민중들의 의식변화와 알권리로 근본적이라고 할 만큼 사회구조의 재편성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회의 갈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양식이라든가 정책 방향은 어떤 일정한 방향과 제도에 따라 예전보다 많이 성숙해 졌음을 혹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이러한 사회변화에 따른 정책수립의 탄력성에 있어서 아직도 권위주의적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미성숙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권위주의적 양상은 갈등의 해소와 갈등의 감소를 위한 집단 간의 상호조정과 화해 또는 합일을 구축하는 일들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성향이 농후하다. 따라서 예나 지금이나 갈등집단 상호간의 절차에 의한 합의란 기대하기 어려웠었다. 그러한 까닭에 상호불신의 누적이 상호 의사소통을 더욱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공동규범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 왔음을 상기할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의 각 분야는 고도의 다원화가 이루어졌으며 이것을 관리하는 정치제도 또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정치적 권력이 여전히 기존의 사회조직에 밀착되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비 권력층에게 소외감과 단절현상을 유발시킨다면, 사회변화에 따른 정치권력의 기존 사회구조층과의 밀착관계는 필연적으로 관리능력의 함양에 실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 해소방안에 대한 실패는 갈등을 더욱 음성화시키거나 심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갈등에 대한 억압이 곧 사회적 안정'이라는 매우 위험한 편견을 버리고 '갈등의 제도화가 곧 사회적 안정'이라는 사실이 바람직하며 진정한 갈등 해소방법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판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가 말했듯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행동과 이러한 행동을 견제하는 상호간의 의사소통영역을 혼동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도가 넘치는 통제는 사회발전을 폐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아울러 지나친 안정을 강조한 나머지 갈등에 대한 일방적인 봉쇄는 졸속한 행동을 충동질함으로써 오히려 사회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 그런고로 갈등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지혜롭고 정직한 정책이 우리사회의 갈등관리능력을 함양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 되리가 굳게 믿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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