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이번에는 발암 논란 물질이 들어 있는 생리대가 시중에 광범위하게 유통돼 왔다는 사실이 또 불거졌다. 대형마트 3사가 문제의 생리대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제조사와 환불 조치에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언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마음 놓고 살수가 없을 지경이 됐다. 그동안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달걀, 오염된 생리대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번 파장이 된 사건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정부 주무 부처다. 살충제 계란 파동 때 미숙한 대처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로 그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생리대 파동에서도 부실한 사전 예방 및 사후 대처가 또 민낯을 드러내 부끄러워야할 판이다. 유해 성분 생리대 파문은 이미 1년여 전에 시작됐다는 충격적 사실이다. 실태 조사를 해야 할 상황인데도 식약처는 사실상 소비자들의 하소연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한 여성시민단체가 지난해 10월 문제의 국내 유통 생리대 10종에 대한 검사를 대학 측에 의뢰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생각대로 모든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 물질 22종이 검출됐다는 검사 결과가 발표됐다.

 시민단체의 발표 이후 피해 신고가 쇄도했고 생리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때까지도 식약처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식약처가 손을 놓은 사이 주부들은 문제의 생리대를 제조한 회사에서 생산한 아기용 기저귀도 사용해도 되는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생활 화학제품 사용을 꺼리는 이른바 '케미포비아'까지 번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독성 물질로 수백 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는 전대미문의 비극을 겪었으면서도 식약처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뒤늦게 식약처는 국내 유통 생리대 전수조사에 나섰다.

 당국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개별 사안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앞으로도 '근본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문재인 대통령도 살충제 달걀 파동과 관련한 백서를 발간해 근절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사태의 전 과정을 정확하고 소상히 기록해 재발을 막기 위함일 것이다. 공직자의 잘못된 대처가 얼마나 사태를 악화시키고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지도 백서에 담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무슨 사건이라 이름 붙이기조차 사고가 너무 잦다. 사람이 만든 환경이 사람을 공격하는 인공 또는 문명의 '역습'을 당하고 있다.

 이럴 때 으레 나타나는 해법이 시장이다. 하지만 답은 아니다. 생산자만 알고 소비자, 전문가, 당국이 모두 모르는 극심한 정보의 불균형 상태에서 시장은 작동할 수 없다. 발암물질은 안전과 건강 효과가 한참 뒤에야 나타나 시장은 더욱 무력해 질 것이다.그럴 때마다 당국은 소비자들로 부터 원망과 비난, 비판을 들을 것은 뻔해 국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백서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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