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서울-아산역(온양온천)간 전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있다. 노인들이 어찌나 많은지 노약자석은 항상 만석이다. 노약자석은 몇 자리 되지 않지만 출발 때부터 이미 자리가 꽉 차 있다. 노약자석을 늘려야 할 지경이 됐다. 관광지 온양온천으로 나들이 하는 노인들로 항상 붐비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무임승차에다 온천욕까지 활인 혜택이 있어 이 노선의 전철은 노인들에게 인기 짱이다.

 국제연합(UN)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구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둘만 낳아 잘 키우자'란 소리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란 말까지 나돌 정도로 남아선호 사상이 높았다. 전통적 남아선호 사상이 자리 잡아 딸을 낳았을 경우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아이를 낳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어떤가?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가 많다. 게다가 노인들은 의학의 발달로 건강과 생활수준이 높아져 사망률이 현저하게 줄고 있는 반면 젊은이들의 출산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간 평균수명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노인들이 급증하자 고령사회가 가져올 가장 큰 문제점인 빈곤, 질병, 소외가 삶의 길을 가로 막고 있다.

 노인들의 평균수명 증가와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데 비해 삶을 즐길 수 있는 일자리가 따라주지 못해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갈수록 핵가족화와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해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노인들이 많아 불안감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현상은 비록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다. 국제연합(UN)이 정한 바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는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또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1%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여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지 이미 17년이 됐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고령화 사회는 노인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뒷받침이 부족해 아쉬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이 들어서 가장 힘든 것이 병든 것과 외로움이다. 병이 들면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되지만 외로움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노인을 위한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해서 노후생활을 보람되고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60살 회갑 잔치가 사라진지 오래다. 일본은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에 착수됐고, 독일은 2029년까지 67세로 노인 나이를 높일 예정이다. 대한노인회도 2년 전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자고 스스로 제안한 바 있다. 새로운 노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관련법 제정 등을 서두르고 지자체도 고령인구에 대한 '삶의 질' 개선에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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