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 강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우리 교육사에서 정권 교체 때마다 으레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용두사미 꼴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국민들은 교육정책에 대하여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만족도도 밑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8월 초순에 발표된 대입수능개편 시안에 이어 8월 말에 발표한 대입수능개편안도 과거 정책의 오류를 답습한 듯한 느낌이다. 교육부는 대입수능개편 시안을 발표한지 한 달도 안 되어 스스로를 부정한 자기모순에 빠졌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육 강국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다.

 첫째,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중시하는 철학이 있는 교육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건만 오년에 불과한 정권이 교육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바탕이 된 교육철학만이 교육의 정체성과 연속성을 유지할 수가 있다. 둘째, 교수·학습과 평가 방법 개선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래역량이 중요해진 시대에 행동주의적 교육은 과거의 산물에 불과하다.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이나 평가 부분에서 구성주의적 교육 방법을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사농공상(士農工商)에 토대를 둔 직업 서열과 망국적 대학 서열 파괴가 필요하다. 고졸과 대졸 사이에 존재하는 승진이나 임금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 직업은 학생의 흥미나 재능 중심으로 선택되어야 하고, 대학이 미래를 보장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마을교육공동체를 안착시켜 아이들을 마을로 돌려보내야 한다. 교육은 본시 마을에서부터 출발하였으며 애초 학교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을은 더 이상 떠나는 곳이 아니라 돌아오는 곳이 되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의 부활로 이제 아이들을 마을의 품안으로 돌려보낼 때가 된 것이다.

 다섯째, 다원화 시대에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나 지역마다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식물도 동종교배가 지속되면 멸종하지만 이종교배는 품질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내 사람 심기나 한 가지 이념만을 주입시키는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이나 학교의 특성을 살리는 다양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연설할 때마나 우리나라를 자주 언급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한국교육이 우수하므로 한국을 배워야 한다며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세계적 교육기업인 피어슨도 '세계의 교육 강국'이라는 연구에서 우리나라를 핀란드에 이어 세계 2위 교육 강국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우리나라가 최상위에 속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교육 강국이라 부르지 못한다. 현재까지 학술적 연구 분야의 노벨상을 받을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그러하다. 더 중요한 것은 작금의 교육 현실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우리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는 높고 지하자원은 빈약하다. 교육 강국으로 가는 길이 힘들고 어려운 지난한 과정일지라도 우리 함께 손잡고 가지 않을 수 없다. 교육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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