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수필가

[이향숙 수필가] 업장에 불이 켜지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다. 컴퓨터부터 점검하고 집기들을 정리한다.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저 먼저 해야 할 일들을 찾는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피를 준비한다. 여유가 되면 떡이나 과자를 곁들여 먹는다. 하루 서 너 잔씩 마시지만 어쩐지 나는 이 시간에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나다. 입안 가득한 향기며 온 몸에 전해지는 커피의 힘은 아직도 잠결인 세포들을 깨운다. 개운하다. 개장 준비를 하느라 애쓴 동료들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한 몫 하는 듯하다.

 그해 여름은 아버지가 병중에 계셔서 목사님이 매일 방문하셨다. 그 시절에는 귀한 커피를 대접했다. 커피, 설탕, 프림을 두 스푼씩 넣으며 간을 보았었다. 향기마저 어찌나 달큰한지 나도 모르게 한 스푼씩 떠먹기도 했었다. 어느 해 부턴가 뙤약볕에서 농사일을 하고 들어오신 어머니께 달달한 커피에 얼음을 동동 띄어 드렸던 냉커피가 있었고 취업해서 접했던 원두커피는 밍밍하기 그지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었다. 구멍가게를 내고는 믹스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그야말로 편리하고 기운을 번쩍 나게 한다. 나이를 먹다보니 단맛보다는 쓴맛이 좋아져서 요즘은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긴다. 그래도 가끔은 믹스커피의 달달함이 그립다.

 커피는 품종이나 가공에 따라 무엇인가를 첨가하지 않아도 달달한 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쓰거나 깊이 숨어있던 신맛을 찾아내기도 한다. 우리내 인생의 맛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림 같은 찻집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풍경화가 된다. 그리고 땀 흘려 일한 후에 동료들과 나누는 아침의 커피 한잔은 소박한 즉석사진 맛이 난다. 그저 커피가 아닌 삶이며 정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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