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평창의 하늘은 높고 또 높았다. 천여 명의 대한민국 여성 CEO들이 알펜시아로 모여들었다. 고즈넉하던 강원도 산자락이 떠들썩했다. 작년부터 청바지에 흰색 상의로 드레스코드를 맞추었더니 모두 10년은 젊어 보인다. 까르르 웃으며 단체로 사진을 찍을 때는 이십 대 청춘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매사에 열정적인 CEO들이다 보니 품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싱그러웠다.

 강원도지사님이 참석하여 행사하고, 4차 산업 혁명에 관한 강의를 듣고, 즐거운 만찬 시간이 되었다. '늦여름 밤의 드림 콘서트', 무대에서 젊은 뮤지컬 가수들이 신나는 무대를 마치자 행사장 뒤쪽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불빛이 비치는 방향을 바라보니 테이블 사이로 조명을 받으며 몸에 착 달라붙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가수가 등장했다. 살이 쪘다고 하기에는 뭔가 몸태가 이상했다. 주변에서 "가수 몸매가 왜 저래" 그런 말이 들렸다. 무대에 뛰어 올라가 신나게 한 곡을 부르고 나더니 자신이 임신 7개월의 애 엄마라고 소개했다. 그 말에 천여 명의 여성들이 또다시 엄청난 함성으로 축하를 했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임신이라니. 몇몇이 무대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열정의 무대를 가까이서 보니 뭉클했다.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유재석 작사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듣고 나서 계속 외치고 꿈꾸고 도전했더니 이런 놀랍고 감동적이고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며 알아서 얌전하게 뛰고 있으니 안심하시라는 말로 좌중을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임신 9개월에도 격하게 에어로빅 강사를 하는 여성을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다른 임신부들은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라는 자막이 나와서 실소를 했지만, 출산 전날까지 논에서 엎드려 모를 심었던 필자로서는 임신이 마치 무슨 병인 것처럼 여기고 호들갑을 떠는 것보다는 자연 상태대로 움직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무대에서 방방 뛰며 자기 일을 즐기는 가수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요즘 경제가 힘들다는 말을 한다. 필자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힘들다'라고 말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잘될까'라고 말한다. '말하는 대로'라는 뜻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마흔다섯의 나이에도 아기를 갖고 싶다고 말하고, 육십의 나이에도 다시 재기할 힘을 달라고 말하고, 칠십의 나이에도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구십의 나이에도 건강하게 걷고 싶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말하는 대로'를 믿는 사람들의 언어일 것이다.

 아름다운 열정의 가수 홍지민 씨에게 늦었지만 멋진 무대를 보여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강연이라고 생각한다. 여성경제인협회 2017 전국세미나에 다녀와서 필자는 그녀의 무대를 단연 최고로 뽑고 싶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인이 다시 뛸 힘을 얻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임산부도 뛰는데 홀몸으로야 땀 좀 흘리는 게 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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