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얼마 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은퇴설계교육을 다녀왔다. 설레는 맘으로 교육 장소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다 모였다. 참가자 중 특히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이 많았다. 오래 근무한 경력으로 모두들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들이다. 마음에 와 닫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퇴직한 선배님 말씀이 봉사하는 기쁨과 하나 정도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이 좋다는 말에 깊이 공감을 했다. 퇴직 후의 멋진 삶에 대한 기대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퇴직 후의 삶이 그 어느 때 보다 많이 회자되고 있는 요즈음, 퇴직한 선배님들을 만나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어 좋다고들 한다. 필자도 후배들에게 '퇴직을 하고나니 너무 좋다'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길 궁리해본다.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지만 그 중,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양가 어머니들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이다. 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친정엄마와, 시집와 퇴직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따뜻한 밥을 해주시고 필자 대신 아이들을 키워주신 시어머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두 분께 허락 될지 몰라 마음이 급해진다.

 그 다음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 중고등학교 시절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상 엄두도 내지 못하다 신규발령을 받고서야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사직동에 있을 때, 아침 일찍 연습을 하고 터미널에서 완행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이사를 다니면서 더 이상 배우질 못하다가 2001년도에 옥산면에 근무를 하며 다시 시작했다. 옥산면은 청주역의 기차 진출입으로 출퇴근 때면 차량적체가 심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20년 전에 배웠던 피아노를 배우기로 했다. 학원에서 연습하고 퇴근을 하니 반으로 줄었다. 2년 넘게 배우다 발령이 나서 또 멈추고 말았다.

 이제 세 번째 도전을 하려 한다. 새벽기도를 다니고 있는데 가끔 반주자가 없을 때면 진즉에 피아노를 더 배웠더라면 찬송가 반주를 멋들어지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찬송가 반주는 생각보다 어렵다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 설령, 몇 년이 걸리더라도 좀 서툴고 늦으면 어떠랴! 배우는데 목적을 두고 싶다. 하얀 은발의 머리를 이고 반주 하는 필자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기쁨 충만이다.

 영국의 철학자 피터 라슬렛은 인생을 4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출생에서 취업 전까지(미성숙, 교육시기). 2단계는 취업부터 퇴직 시까지(성숙, 책임, 저축의시기). 3단계는 퇴직 후부터 건강하게 생활할 때까지(자기 성취의 시기). 제4단계는 건강이 나빠진 때부터 사망까지(의존, 노쇠의 시기) 라고 했다. 필자는 3기 인생을 맞을 준비 중이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 가을처럼 필자의 인생도 이제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 제3단계의 뜻있고 여유로운 삶을 위하여 오늘도 골똘히 궁리 속으로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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