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진선미(眞善美)로 무장된 세계인의 축제마당 젓가락올림픽을 펼치자." 2015년, 크리에이터 이어령은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젓가락페스티벌이다. 진선미란 젓가락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학술행사(眞), 다채로운 공연행사와 젓가락질 경연대회, 음식체험 등이 함께하는 젓가락의 날 행사(善), 젓가락과 서브컬처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특별전시(美)를 일컫는다.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하다하다 이제는 젓가락으로 행사를 하느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흔해빠진 젓가락으로 무슨 전시가 되겠냐며 괜한 짓하지 말라며 냉소적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 NHK월드에서 생방송을 했고, 알자지라 방송에서는 특집으로 소개했으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중일 3국의 젓가락을 비교하는 재미와 젓가락 속에 다양한 역사적 가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는 호기심 만발이었다. 젓가락질 신동대회는 흥미와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정부에서도 젓가락콘텐츠를 특화하라며 지원과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젓가락문화상품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젓가락 단행본을 출간했다. 한중일 3국의 젓가락단체와 젓가락문화 협의체를 구성하고 젓가락문화 세계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젓가락페스티벌을 개최해 나라 안팎의 높은 인기를 얻었다. 70년 발효기업 샘표식품 등 기업의 참여도 잇따랐다. 지역작가들과 개발한 산초나무젓가락, 옻칠젓가락, 유기수저 등은 친환경과 스토리와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면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청주젓가락의 인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태국 방콕에서는 한국문화원의 요청으로 'K-Chopsticks' 특별전을 개최했다. 젓가락 비문화권에서 열린 첫 번째 사례다. 태국은 한중일 3국과 달리 찰기가 없는 쌀을 주식으로 한다. 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아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거나 직접 손으로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수저문화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 한류열풍, 젓가락질이 지능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공연과 장인들의 시연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청주농악을 현대적인 퍼포먼스와 젓가락 장단으로 선보인 놀이마당 '울림'은 현지인들에게 흥겨움과 참여와 감동의 장을 만들었다. 어디 이뿐인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전국 행정홍보대전에서 청주시가 최고의 인기였다. 젓가락 때문이다. 산초나무로 젓가락 만드는 과정을 시연하고 직접 체험케 하면서 문전성시였다. 청주시는 밥상머리 교육교재 제작에 들어갔고 인성교육과 연계한 새로운 교육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호주 시드니문화원에서는 내년 9월부터 젓가락특별전을 열자고 러브콜을 했고 러시아 등에서도 젓가락문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8월에는 청주시가 국내 최초로 젓가락연구소를 설립했다. 젓가락문화 사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다. 연구소에서는 한중일의 전문가와 함께 조사연구에서부터 출판, 상품개발, 교육, 페스티벌 등 다양한 사업을 담당한다. 더 나아가 한중일 3국이 손을 잡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공동 등재하는 노력도 기울일 것이다. 젓가락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삶이고 문화다. 디자인이고 생명이며 융복합 콘텐츠다. 더 나아가 세계를 하나되게 하는 글로벌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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