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의 우리말 열풍

▲ 송정란건양대교수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의 한국어 열풍이 이 번 3월부터 북경대에 한국어학과를 개설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원래 북경대 동아시아어과에 소속된 한국어 전공이었다가 이번 봄학기부터 단독 학과로 승격되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어학과에 이어 두번째라고 한다.

북경 지역은 이미 중앙민족대, 전매대, 북경외국어대 등 8개 대학에 한국어 학과가 설치되어 있으며 중국 전역에서는 53번째로 개설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최고의 수재들이 입학하고 세계대학평가 10위권 내에 드는 세계적 명문대학인 북경대에 한국어 학과가 개설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국어의 위상과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열풍은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세계 공용어인 영어 사용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 toefl이나 toeic 시험을 치듯,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이나 유학생, 재외교포 등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능력시험이 세계 곳곳에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topik(한국어능력시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중앙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30여 개국의 100여 개에 달하는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또 한글학회가 주관하는 klpt(세계한국말인증시험)도 1년에 4차례에 걸쳐 비슷한 규모로 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지역과 같이 한류 열풍의 영향이 강한 곳일수록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높은 응시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응시자가 10배 이상 증가해 작년 topik 상반기 시험에만 6만 1379명이 응시했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중국 국영 교육방송인 cetv가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으며 대학뿐만이 아니라 오지에까지 한국어 학원이 문을 열어 정확한 통계조차 낼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일본 역시 공영방송인 nhk에서 한글 강좌를 열고 있으며 350여 개에 달하는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국외에서만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유학 온 외국 학생들과 취업을 위해 입국한 산업 연수생들, 결혼 이주민 신부들까지 수십만 명에 달하는 국내 외국인들을 위한 교육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이나 사회단체에서 경쟁적으로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며칠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2년까지 한국어 보급기관인 '세종학당(king sejong institute)'을 전 세계 60곳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133개국 615만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이를 지원하는 부처나 명칭이 제각각이어서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나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처럼 한글과 한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안팎으로 불고 있는 한국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우리말의 세계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율이나, 국내에서 한국어를 배워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세종학당과 같이 강력한 국가정책까지 동반된다면 영어처럼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우리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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