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현 청주흥덕경찰서 봉명지구대

[유석현 청주흥덕경찰서 봉명지구대] 최근 선선한 가을 날씨로 야외활동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이맘때쯤 높아진 야외 활동객 수만큼이나 급격히 증가하는 112신고가 바로 노숙자 신고다. 노숙자들은 일정한 거주지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공원, 놀이터 등지에서 잠을 자고 무료급식소 등에서 끼니를 해결하는데, 요즘 같은 날씨엔 그 수가 체감상 느끼기에도 부쩍 늘었다. 노숙자들은 동네를 배회하다 주변 아무 식당에 들어가 끼니를 구걸하거나 푼돈을 요구하며 주변 상인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상인들과 시비가 붙거나 술에 취해 영업장 내에서 잠을 자는 등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런 노숙자들의 문제는 이미 서울이나 경기 등 다른 시에선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여러 행정시책들을 내놓으며 노숙자 대책에 힘을 쓰고 있다.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자립 할 수 있도록 의료부터 고용, 주거문제까지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노숙자들을 지역사회의 보살핌 없이 그대로 방치했다간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복지부가 밝힌 2016년 노숙인 실태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약 1만2천여 명의 노숙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곧 있으면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어올 텐데, 그 전에 노상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의 안전과 위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관할 지자체와 보호시설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쉼터나 보호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홍보해야할 복지 행정 알림 또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노숙인들이 보호시설 안내를 받고 가더라도 해당 구청에 신원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이마저도 외면받기 일쑤다.

 최근 지구대에서 만났던 한 노숙자는 걸음이 불편하고 삶의 의지가 전혀 없는 50대 여성이었다. 대다수 노숙자들이 술에 취한 상태인 것처럼 이 노숙자도 술에 취한 채 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주변 식당가를 배회하며 근근이 끼니를 때우는 처지였다. 이러한 노숙인을 발견하면 경찰관서에선 지자체의 쉼터나 보호시설로 안내하지만 본인이 입소를 거부하거나 술에 취한 경우엔 그마저도 마땅치 않아, 쉴 곳이 없는 지구대에서 어쩔 수 없이 임시로 보호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 밤새 사건사고 관계자들로 북적대는 지구대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기대하기란 힘들기 때문에 그야말로 임시방편인 셈이다.

 여러 이유로 생활의지를 잃은 노숙자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면 주변 사람들의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먼저 노숙자들에게 폭넓은 재활센터와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보호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노숙자들 대부분이 알콜 중독으로 삶을 이어가는 만큼, 알콜 치료를 병행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노숙자들의 삶을 방관하고 외면하다간 더 큰 피해와 손실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노숙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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