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을 가난과 고독과 질병 등으로 고생했다. 작품이 팔리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도 그의 곁을 떠났으며 갑작스레 찾아온 정신병까지 가세해 그를 더욱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캔버스 곁을 떠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그림을 그렸던 폴 고갱은 그림이 팔리지 않아 파리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인간의 순수함과 존엄성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고흐나 고갱처럼 세기의 화가들은 당대에 빛을 보지 못했지만 캔버스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작품이 팔리지 않으며 가난과 질병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예술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며 시민의 위기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보다 풍요로워지고 행복할 수 있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있지 않는가. 그림 한 점, 노래 한 곡, 공연 한 편이 우리에게 주는 성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도 넓다. 그런데 세상은 예술의 위기에 대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예술가는 배고파야 한다는 고루한 생각뿐이고 남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공예페어와 아트페어였다. 담배공장의 거대한 공간에 100여 개 부수에서 각자의 개성미 넘치는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했다. 삶을 윤택하고 유용하게 하는 공예품에서부터 거장의 미술작품에 이르기까지 풍성했지만 판매성과는 미약했다. 작품 한 점 팔지 못하고 철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며, 취향이 아니라며 눈요기만 한 것이다.

 우리 집에는 500여 점이 넘는 작품이 있다. 공예품에서부터 회화와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다. 오랫동안 전시회장이나 작가의 방을 찾아갈 때마다 한 점씩 구입한 것들이다. 이 모든 것이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니다. 때로는 팔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발동한 것도 적지 않다. 소망이 있다면 작은 미술관이나 카페를 만들어 이들 작품이 세상 사람들에게 삶의 향기가 되면 좋겠다.

 이미 우리는 문화의 중요성을 역사를 통해서, 경험을 통해서 숱하게 배우고 확인했다. 문화적인 삶과 문화도시가 개인의 풍요는 물론이고 도시발전의 근간임을 웅변하고 있지 않던가. 그렇지만 아직도 문화를 위해 지갑을 여는 데는 꽤나 인색하다. 오페라 한 번 보지 않고, 그림 한 점 사지 않는다. 공예품조차 구입하지 않으니 우리 주변에는 온통 산업화되고 기계화된 결과물뿐이다.

 집과 사무실에 그림 한 점 들여놓자. 기업과 공공기관에도 한 뼘 갤러리를 만들자. 문화는 배부른 자의 것이 아니라 향유하는 자의 것이다. 배부를 때 하는 게 아니라 배고프더라도 마음 가는 그림, 보고 싶은 공연을 즐기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더욱 좋겠다. 일 년에 한 번쯤 오페라를 보고 짬을 내서 공연장과 전시장을 내 집 드나들 듯 하자. 문화와 예술이 일상이 될 때 진정한 문화인이고, 문화도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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