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대 교수

[이장희 충북대 교수] 요즘 경제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을 자주 듣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어 대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고 또 그러한 조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치 우리 경제가 지금 휘청거리고 있듯이 말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경직화된 구조와 섣부른 땜질식 처방으로 인해 미래지향적인 국가경쟁력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내년도 위기설이 떠도는 것은 흔히 얘기하는 10주년 주기설과 맞물려 당연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1960년대말 외자도입과 경영 실패로 기업부실화가 엄청나 경제긴급조치로 이어졌고, 1970년대말 중화학공업과 무분별한 문어발식 과잉 투자로 경제가 휘청거렸다. 1980년말 민주화열풍에 따라 노사분규가 절정에 치달았고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한 한국경제는 장기침체에서 헤어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레 겁먹은 듯 내년 위기설이 설득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단합된 국민의 힘과 튼튼한 국가재정, 그리고 글로벌 경제시대 동맹국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로 극복하고 건실한 경제운용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의 강점인 국민의 저력은 두 동강이로 나뉘어져 분열의 시대로 접어들고, 엄청난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로 인해 취약한 위기의 구조적 맹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핵협상과 미사일 전쟁으로 우리의 동맹국들은 자국 이익만을 챙기기에 급급할 뿐 더 이상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과연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가야만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미칠 영향은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게 될 것이고, 많은 국민들이 0.25% 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할 때 부담해야할 연간 이자부담액이 2조 3천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상수지의 일부 개선은 있을 수 있지만 경기과열이나 물가상승 때문에 해야 할 인상시기가 잘못되었을 경우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단순한 부동산 집값잡기를 위한 조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를 억제해 보려 한다면 이 또한 걱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외면하고 땜질식 처방만을 해온 우리경제는 기진맥진해져 성장기조로 나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지금이라도 위기관리 대처능력을 키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만성 부실화된 많은 기업들을 구조조정해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누군가 책임을 지고해야 할 책무를 정치에 위들러져 방기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경제를 추종하는 행태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장기침체 국면을 벗어날 묘책에 대해 그리고 위기극복을 위한 경제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과거 청산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청사진 마련도 필수적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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