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한낮 햇빛엔 콩깍지 노래 /한 밤 달빛엔 귀뚜라미 노래 /한낮 햇빛에 커가는 웃음 /한밤 달빛에 두툼해진 일기/ 필자의 동시 '가을걷이' 전문이다. 햇빛과 달빛을 쪼며 노래와 웃음으로 커가는 일기장처럼, 미래 사회는 단순 지식이 아닌 창의와 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부단히 요구 받는다. 이를 뒷받침해온 '자기주도'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가 필요성을 인식하여 목표를 세우고, 학습을 위한 여러 자료를 확인한 다음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선택 실행한 후 그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충북교육청의 행복씨앗학교 중점과제인 '즐거운 배움·창의적 교육·민주적 학교 운영·책임지는 학교공동체' 역시 자기 주도적 행복에 기반을 둔다.

 2부제로 와글대던 6~70년대, 학교가 문 닫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새롭고 때로는 미래지향적 변화에 앞장서도 학생이 없어 걱정이다. 아이들과 엇비슷한 교직원 숫자가 놀랍다. 얼마 전, 필자의 어린 시절 원천인 모교가 폐교 대상이라며 "반대투쟁위원회를 만들어 도교육청 앞 시위 운운…" 동문 전화였다. 생애 최초 학교를 없앤다는 데 모른 체 하고 있으니 '학적을 빼버리거나 고향 출입 엄금'으로 몰릴 지경 아닌가. 그러나 경쟁력 강화, 예산 절감, 상호 작용 등, 진정성 있는 교육을 생각한다면 1개 학년 6명 이하로 2개 학년 학생수가 12명 이하일 경우 복식학급 편성보다는 통·폐합을 서두르는 게 훨씬 낫다.

 "소규모학교 장점도 많지만 학생의 학습권이 먼저"란 일념으로 학부모와 동문 지역민 설득 2년 여, 숙성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일궈낸 목도초등학교 신사호 교장의 자기 주도적 통합 신화처럼, 갑론을박에 주춤거려선 안 된다. 오히려 학교 구성원이 서둘러야 맞다.

 얼마 전, 필자가 통합학교에 초빙되어 '동시야 놀자'란 주제로 어린이 학부모 선생님과 여러 시간을 만나 부닥치고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며 동심을 함께 키웠다. 수업을 재구성하는 인문학적 공유였다. 폐교가 중심 내용인 동시, "문 닫힌 폐교에서 종소리를 듣는다 /선생님 말씀 그리운 냄새 군데군데 잡풀로 쓰다만 편지되어 돋았다 (후략)/"  낭송을 하며 추산초등학교를 떠나온 아이들과 엄마·아빠, 선생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리움의 공감은 어쩔 수 없나보다.

 요즘 부쩍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려는 폭발적 속도에 자주 놀란다. 교육은 미래를 창조하는 토양인데 동심은 증발된 채 그야말로 공부(空夫)만 시킨다면 결국 건조한 가르침의 멀미다. 스스로 터득하는 자기주도와 창의력이 물씬한 학교문화, 교육 마중물로 발효돼야 인간지능을 기대할 수 있다. 목도초등학교 통합운영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 본연에 접목하려는 역사관과 미니 골프장, 체험학습실 역시 구도를 드러낸 채 동심(童心)들은 마냥 한 옥타브가 높았다. 어울림이 희망으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자율 통합, 정말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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