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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책의 추억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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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3  13: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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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김없이 바뀌는 계절은 자연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찬바람이 이제 가을의 끝자락에 다다랐음을 느끼게 한다. 도처에는 형형색색으로 물든 울긋불긋한 단풍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만추의 절정을 붙잡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듯하다. 지난 주말 가을을 그냥 보내기가 못내 아쉬워 평소에 자주 가지 못했던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세상적인 변화에 나긋하면서도 엄중하게 경고를 하는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삶에 지쳤을 때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순전한 마음으로 자연과 호흡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특별한 목적 없이 자유롭게 배회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통하여 인간의 본성을 찾을 수 있다. 우연히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에서 큰 감동을 받듯이 산책을 통하여 예측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나이 듦에 따른 변화를 무심하게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에 따라 제각기 다르지만 세월의 흐름은 대체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운동을 해도 몸무게는 그다지 줄지 않으며, 반대로 느긋해져야할 성격은 더 급해지고, 피부는 건성이 되어 더욱 거칠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건강한 부정적인 생각은 나름대로 삶의 의욕을 갖게 하고 동기를 부여하여 새롭게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그리워질 때면 습관적으로 집 근처의 운동장이나 공원을 자주 걷곤 한다. 생전에 아버지는 과묵하시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니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향집에 들를 때마다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신발을 신으시고 한발 앞서서 마을 뒤편에 있는 산책길을 걸어가셨다. 한참을 걸어가신 후 잠시 뒤돌아보며 며느리와 손주는 잘 지내는지 건강한지 여쭤보시는 말씀이 전부였던 것 같다. 가족들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걱정을 산책을 통하여 가슴에 담아내셨을 것이다.

 이른 새벽 두꺼운 겉옷을 걸치고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나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의 산책은 지친 삶에 희망의 작은 등불을 밝혀주는 것 같다. 낯선 도시의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감을 느낄 때 누군가 위로의 달콤한 말보다 당신을 이해한다는 무언의 절실한 눈빛이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다. 말없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었던 시절을 추억하며 고향의 오솔길을 다시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가을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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