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초사흘 떡가루는 /열 번도 더 체를 탄다. /초승달 앙금만 개어 시룻번 하면 /낌새 차린 아이들 마당으로 가득. /촛불 앞에 다독인 어머니 마음 /떡 켜 고물 새로 물씬 영그는 밤, /손바닥이 닳도록 정성 포갠다. /필자의 동시 '고사 떡' 전문이다. 내가 어렸을 적 기억으로 어머니는 주문까지 외시면서 초사흘 고사를 지내셨다. 여덟 자식 평강과 성취의 유일한 무기(Ground)였다.

 백(Back)은 뒤에서 받쳐주는 세력이나 연줄을 속되게 포함한다. 공기업인 강원랜드의 경우 한 때 인사채용 100% 비리로 줄만 있으면 실력도 제치고 바늘구멍 통과 쯤 연착륙했다. 임원들까지 대부분 낙하산을 탔다. 우리지역 한국가스공사 역시 멋대로 점수를 조작, 합격과 불합격을 바꿔놓았다. 금융기관의 먹이 사슬식 특혜 채용 등, 한결같은 '백 그라운드'(Back Ground:돌보아 주는 힘) 덕분이었다. 그런 '부정과 비리'를 빼면 취업은 엄두도 못 낼 배경이 곧 합격증인 나라,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유백무죄 무백유죄' 맞다. 불공정게임에 젊음이 무너지는 소리가 아프다. 강탈(强奪)당한 취업준비생의 허탈감을 어쩌랴.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시행 이후 "자진신고가 제3자 신고보다 두 배 가량 많아 공직사회 내부의 높은 자율준수 의지를 보여줬다."며 뽐내듯 공식 발표를 했다. 그러나 국민 체감 수준은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 체육 국방을 통틀어 낙제점이다. 직함에 따른 덕망과 책임 쯤 헌신짝처럼 팽개친 채 얼룩을 만들며 행세한다. 묵인된 관피아와 천태만상의 백(Back)피아가 실력보다 훨씬 빠른 출세 길로 질서와 공정이 엉망진창 되었다. 부패 고리는 더 이상 지적과 비판조차 민망할 정도다. 평생 구경조차 힘든 뭉칫돈을 챙긴 사람들, 잠시 꼬리 내리고 나면 모함·정치 보복이라며 오히려 빳빳하게 등판하는 현실, 지극히 형식적인 부패 고리 끊기 실체였다. 더불어 사는 삶이 부글부글 끓는 가장 큰 이유다.

 소위 연줄로 밀어 붙인 거물급 인사들, 부패와 적폐의 두꺼운 가면을 쓴 그렇고 그런 꼴불견이다. 진실로 사죄하고 제발 참회하라. 공정사회야말로 안보 상위 수준과 맞먹을 생존 과제다. 아무리 참신하여 금방 커다란 변화를 전제한 칼날이라도 제 식구 챙기기나 감싸려하면 칼끝은 무디고 만다. 애꿎은 오리발로 흐트러진 실체를 묻으려하니 배신감마저 짙다. 예외와 사각지대를 늘릴수록 집도(執刀)는 커녕 의혹만 불어난다.

 정치적 빅딜이나 물타기로 끝나선 안 된다. 준엄한 잣대와 일벌백계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두고 설왕설래다. 후보자 장모의 건너뛰기 재산 편법 증여나 엄마·중학생 딸 사이 교묘하게 엮은 금전대차 역시 후보자 수작(秀作) 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우아한 반칙에 감탄하듯 불법은 아니라는 청문회 철벽 수비부터 오로지 적임자라며 밀어 붙일 논리야 말로 적폐다. '내로남불'의 혼선 속, 백(Back) 철퇴를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