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군비 年1400만원 지원 불과
건물 임대료·운영비 등 '빠듯'
교실·화장실 공간 좁아 불편
평생교육시설 등록도 못해

▲ 충북 옥천군의 장애인 야학 '해뜨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충북 옥천군의 유일한 장애인 야학이 열악한 재정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에 문을 연 장애인야학 '해뜨는 학교'는 충북도와 옥천군이 각각 절반씩 부담한 한해 1400만원의 보조금으로 1년 살림을 꾸리고 있다. 이 지원금으로는 건물 임대료 등 기본운영비와 강사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하다.

이렇다보니 종일반 교사가 필요하지만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비좁은 교실 등 학습환경도 열악하다.

'해뜨는 학교'는 옥천읍 삼양초등학교 인근 상가건물 1층 39㎡(12평)에 불과한 공간에 사무실과 교실이 함께 있다.

이곳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 20명 가량이 수업을 듣고 있다.

더구나 단 한 개뿐이 없는 화장실에는 공간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다.

화장실을 가려면 야학을 나와 인근 건물로 이동해야만 해 휠체어를 탄 학생들에겐 고역이다.

이런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평생교육시설 등록을 신청하려 했지만 교실면적과 평생교육사 채용 등 기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하면 인건비, 사업비 등 매년 4000만원 가량이 지원돼 운영난을 해소할 수 있다.

현행법상 교실이 49.5㎡ 이상이어야 평생교육시설로 등록을 받는다.

하지만 '해뜨는 학교'와 같이 영세한 규모의 야학은 교육청 등록이 불가능하고 운영비도 지원받지 못한다. 

'해뜨는 학교'가 탄생한 건 5년 전. 제도권 교육에서 소외된 성인 장애인의 교육기회를 되찾고자 나선 것이 시작이었다. 이곳에서는 한글, 컴퓨터 교육과 미술, 음악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야학 설립을 주도한 최명호 교장(45)은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어려운 생활형편에도 무보수로 일하며 장애인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최 교장은 "장애인이 한 인간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야학의 역할"이라며 "자치단체 등 당국이 나서서 야학이라도 제대로 운영해 한글을 몰라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이 새로운 눈을 뜨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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