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최근 일본 규슈 구마모토시의회에 오가타 여성 의원이 유모차를 밀며 의회 본회의장에 나타난 일이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일하는 여성의 육아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졌다.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자리에 앉아 본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뜻밖의 풍경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동료 의원들의 모습이었다. 의회 사무국 직원들이 아기의 퇴장을 요청하지만 오가타 의원은 응하지 않았다. 본회 개회는 미뤄졌고 여기저기서 불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의장은 의회 규칙을 들어 40분 만에 정식으로 아기의 퇴장을 명령했다. 의원 이외에는 본회의장에는 입장이 불가능한 규칙을 적용한 것이다.

 오가타 의원은 결국 친구에게 아기를 맡기고 돌아오는 의원의 뺨엔 눈물이 흘렀다. 아이 키우는 게 사회 문제가 됐는데 직장에서는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해 버려 서글펐다. 이번 일을 일본 주요 매체들이 비중 있게 다루고 나서면서 이를 계기로 일하는 여성의 육아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해 졌다. 이 같은 워킹맘들의 투쟁 소식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여성 시의원의 행동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쇼가 아니었다. 그는 임신했을 때부터 젖먹이 아이를 회의장에 데려올 수 있게 해주거나 시의회에 탁아소를 설치해 달라고 여러 차례 걸쳐 요청했다.

 2년 전에는 의회 현장 시찰에 한 살짜리 젖먹이 딸을 데려온 적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사무처는 나몰라라 외면했다. 때문에 단순한 퍼포먼스로 봐선 안 된다. 워킹맘이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보여주는 현실의 축소판이었다. 정치권의 의식이 이 정도라면 이 사회에서 뭘 기대할 수 있을까. 한국이라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가타 의원처럼 속앓이를 하고 있는 워킹맘이 우리 사회에도 많기 때문이다.

 동료·상사 눈치 보느라 아이가 아파도 퇴근 못하고 법으로 보장된 육아 휴직도 제대로 못 쓰는 여성들을 주변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한국 국회 본회의장에 용기 있게 아이를 안고 들어올 수 있는 여성 의원이 과연 있을까. 물론 육아 고충을 제기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오가타 의원의 행동이 지나쳤다는 비판도 있었을지 모른다. 정치인이 아니면 감히 직장에 아이를 데리고 나올 생각을 하겠는가.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여 년째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세계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시행됐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저출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임여성을 늘리고 초혼 연령도 낮춰 일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희망자녀 수를 늘리는 정책의 변화도 절실하다.

 그런 다음에 아이의 교육비 부담 완화는 물론 주거비 감축 방안도 강구하기 바란다. 혼자서 사는 것도 어려운데 아이의 미래까지 책임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있는 한 출산율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마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이를 안고 의회장에 나올 수 있는 용기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