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눈 뜨면 아침이고, 돌아서면 저녁이며, 월요일인가 하면 벌써 주말이고, 월초인가 하면 어느새 월말이 다가온다. 세월이 빠른 건지, 내가 급한 건지, 아니면 삶이 짧아진 건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속담에 오죽하면 쏜 (화)살같이 빠른 세월, 유수와 같이 흐르는 세월이라고 표현하며 시간의 빠름과 덧없음을 표현했을까 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이것저것을 생각하다 2달 전 필자의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이 생각났다. 그 날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기일이기도 하지만 어머님의 생신이 겹쳐 온 집안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추도예배를 드리고 저녁식사를 같이 하려 모였다. 예배 후 식사 전에 기도를 해야 하는데 동생이 갑자기 아버지에게 기도를 요청하였다. 순간 무리한 부탁을 드렸구나 싶고, 누군가가 기다리다 대신할 것이라 생각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교회를 자식들의 성화에 못 이겨 거의 건성으로 다니시고, 그것도 몇 년 되지 않았을 뿐더러, 온 가족 앞에서 대표기도는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 드디어 아버지가 기도를 하시는 것이었다. 기도가 끝나고 순간적으로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보일 뻔했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뜻밖의 기도도 그렇지만 어머니를 생각해서다. 현재 어머니는 뇌졸중(중풍)으로 쓰러지셔 8년째 병원에서 요양 중이시다. 누워만 계시고 말씀도 못하시는데 약간의 의식이 있어 가족만 알아보신다. 아버지는 어머니 건강할 때 잘해주지 못했다 하시며 하루도 빠짐없이 문병을 가신다. 자식인 내가 참으로 감사하고 죄송하다. 아버지는 병원에 도착하시면 제일 먼저 내게 전화를 하신다. 내 생각으론 누워계신 어머니에게 큰 아들이 근무는 잘 하고 있는지, 그리고 건강히 잘 있는지 어머니 들으시라고 대신 전화하시는 것 같다.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는 10년 전 쯤 두 분께 각각 사드렸는데 고장이 났는지 어느 날부터 아버지가 어머니 전화를 이용하신다.

 식사가 끝나고 온 식구가 차를 나누는 중에 아버지의 뜻밖에 말씀에 감동을 받았다. 갑자기 아버지가 우리 자식들에게 고맙다고 하시는 것이다. 사연은 동네 어르신들이, 그리고 학교 동창 분들을 만나면 자식 칭찬을 듣는다는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림도 그렇지만, 그간 칭찬이나 감사 표현에 참 인색한 분이었기에 놀랐다. 하지만, 지금도 참 감사하다.

 이 해가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이번 주말에는 동네 모퉁이에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한잔을 마시며 고마운 분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한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려 한다.  사소한 일들부터 부끄러웠던 일들과 기회를 놓친 일까지 나열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적어 보리라. 그리고 이번 달 안에 감사를 표현해 보리라. 또한 조카의 대학입학을 축하할 겸, 온 가족이 다시 모여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연한 돼지갈비를 사드려야겠다. 이 자리에서 이번에는 아버지에게 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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