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구조는 개인에게 삶의 가치와 철학을 부여하는 중요한 동인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임금구조의 특성과 일체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900년대 초 테일러가 개발한 성과급 제도를 기반으로 직무급 제도가 정착되었고, 지금은 직무급과 성과급이 약 70 대 30의 비율로 도입되어 있다. 이들 두 제도는 경쟁과 성과를 자극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직무급 임금구조는 직무의 상대적 난이도와 중요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값어치가 높은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의 임금은 높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낮게 책정되는 방식이다. 또한 성과급은 영업직처럼 업적을 계량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직종에 적용된다. 이 두 가지 임금구조는 미국인들의 사고와 행동양식의 형성에 100년 이상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인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공공기관 근로자들처럼 근무연수를 채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을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유지시켜주는 힘이다. 미국에서 만약 누군가가 근무연수가 많은 것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도록 하는 한국식 연공급 임금구조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면, 그는 아마도 돌팔매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그들의 신념과 너무 다르고, 문화가 부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 인상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인들은 낮은 임금을 찾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부안대로 2020년에 최저임금이 10,000원으로 인상될 경우, 하루 8시간을 근무하면 최저임금으로만 1년에 기본급 2천800만 원 이상을 받게 된다. 현재 영세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보면 최저임금에 의한 기본연봉 1천9백여만 원에 초과근로수당 등을 합쳐 1년에 2천5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영세 중소 상공인들은 사실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침 정부에서 영세사업자에게는 일정액을 보전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경영계의 주장을 반영한 새로운 최저임금 인상안을 내놓았다. 최저임금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 등을 포함시키고 업종별이나 지역별로도 차등을 두었다고 한다. 뒤늦은 조치이지만 기업인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참에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직무급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공공기관부터 직무급을 도입한다면 성과 자극 임금제 도입과 확산을 위한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30%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공공분야에 대한 직무급 도입은 공무원들이 관료주의에 매몰되는 폐해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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