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지난 11월 19일 한 기업체 현장에서 실습 중이던 이민호 군(18세)이 프레스기에 몸이 눌려 숨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2016년 5월에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현장실습생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달려오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고, 올해 1월 말에는 전주의 통신사 콜센터에서 계약을 해지하려고 하는 고객들 마음을 돌리는 일을 하던 특성화고교 3학년 여학생이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꽃다운 나이의 실습생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디는 단계에서, 우리 사회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며 목숨을 잃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의무화한 것은 박정희 정부가 1973년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을 통해서다. '산업보국' 이념을 내세웠으나 현장실습은 열악한 산업현장에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이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현장실습을 교육과정으로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한 것은 참여정부 때다. 2006년 5월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통해, 3학년 2학기 수업을 3분의2 이상 이수하고, 졸업 뒤 취업이 보장된 경우에만 현장실습을 보낼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장실습이 단기파견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위 방안을 즉시 폐기하고, 2009년 실업계고를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면서 2011년 25%, 2012년 37%, 2013년 60% 등 취업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취업률에 따라 학교에 대한 지원금을 달리하였다. 숫자 중심의 성과관리가 교육현장에 도입되면서 저임금·단순 직종을 중심으로 한 아르바이트성 현장실습 등 부작용이 되살아났다. 박근혜 정부는 그에 더해, 2013년 8월 '특성화고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을 도입해 3학년 1학기에도 현장실습을 보낼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본적으로 현장실습을 바라보는 정부의 잘못된 가치관과 관리·감독의 부실, 학교가 취업률에만 매달려 아이들의 인권은 무시한 결과가 사고를 반복시켜 왔다. 한 언론사 취재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기업 3만 1,404곳에서 6만 16명의 고교생이 현장실습을 했는데, 정부가 직접 현장에 나가 실태점검을 한 업체는 155곳(0.49%)에 그쳤다. 실태점검 결과 표준협약서를 쓰지 않거나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일을 시키는 등 위법행위를 한 곳이 다수 밝혀졌음에도 실제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학교도 성과급과 연동된 취업률에만 집착하여, 아이들의 인권보다는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돌아온 학생들을 '사회부적응자'로 취급하였다. 이러니 학생들이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제대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11일 전국에서 모인 직업계고 학생들 100여명이 '특성화고등학교생 권리 연합회'를 출범시켰는데, 이 연합회의 상징 구호가 "생애 첫 노동을 인간답게!"라고 한다.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해, 우리가 절실하게 노력해서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