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훈교수
현 정부의 디자인 코리아라는 국가정책으로 서울은 물론 각 지자체마다 갑자기 관심을 가지고 많은 디자인 관련 사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있다. 디자인의 범위는 도시경관이라는 도시차원에서부터 가로시설물이나 상징물에 이르기까지 공공성을 가지는 모든 공간과 시설물에 대해 다양한 도시 미화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시환경이나 제품은 그 기능이나 국가경제력에 비해 디자인측면에서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디자인때문에 싸구려 차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국산차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정체성이나 이미지 부족으로 관광가치가 평가절하 되어온 서울은 좋은 예임이 틀림없다. 단시간에 성장한 산업발전과 도시환경의 변화는 단순히 양적 팽창과 단위시설물 위주의 개발로 인해 개별적인 모습만 있을 뿐 이들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디자인의 연결고리가 미비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하나의 건축물은 보기가 좋을지 모르지만 모여 있는 전체의 모습은 부조화와 때론 혼란스런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실 디자인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래의 기능이나 속성을 최대한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이론적으로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그 시대 혹은 지역의 철학이 녹여진 것을 원칙으로 했다. 따라서 지역마다의 고유한 색, 재질, 구성, 그리고 형태가 존재해 다른 디자인과의 차별성과 독창을 가지게 되며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치 않은 의미와 존재로 새롭게 변해가는 디자인들과 시각적 연속성을 가지며 항상 공존하고 쌓여가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디자인은 상업주의와 소비주의 영향으로 디자인의 근원과 뿌리를 찾을 수 없고 한순간 그저 스쳐 지나치는 눈속임에 불과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진 디자인은 유행이 지난 옷처럼 촌스러운 모습으로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의 갑작스러운 양산에 대해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공디자인을 통한 미화된 도시환경의 조성과 변화보다는 기본적인 도시의 이미지나 공간기반시설에 대한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도시환경과 공간의 내용에 대한 기본적 현재 도시의 모습이 정리되지 못한 형태와 배치로 인해 시각적 구심점을 찾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시각공해를 인식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은 하나의 시설로서 디자인되기보다는 다양한 도시의 건축물과 시설물과 어우러질 수 있는 모습으로 추진돼야 한다.(현재는 공공시설물이 중심이 되는 디자인으로 진행되고 있음).

그리고 디자인은 한 분야에 국한된 전문가에 의한 것이 아닌 도시설계, 건축, 조경, 산업디자인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현재는 일부 분야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음). 마지막으로 각각 디자인된 시설들은 단순히 벤치, 버스정거장, 음수대 등 단일 독립용도와 요소가 아닌 여러 개의 경우로 합쳐졌을 때도 서로간의 조화와 조합이 가능해져야 한다.(현재는 공공디자인의 요소별로만 계획돼 서로 조합이 되었을 때 디자인 효과가 매우 떨어지고 있음).

공공디자인의 경우 도시공간의 바탕의 역할은 물론 도시를 시각적으로 완성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즉흥적이고 지자체의 행정실적주의에서 벗어나 도시의 특성과 이미지의 구축과 연계는 물론 공간조직의 변화모색을 통해 자생적이고 지역특성이 반영된 혼이 있는 공간의 시각적 실체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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