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호랑이 잡으려고 /파 놓은 함정 /나그네가 빠져 허우적거린 날 /황소에게 묻고 /소나무에게 또 물어도 /은혜 등진 사람 구하지 말라고? /옛날 그 옛날도 토끼는 사람 편/ 필자의 동시 '재판에서 이긴 토끼'다.

 청주·청원이 통합 청주시로 출발하면서 부풀었던 장밋빛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채 2017년을 마감하고 있다. 그동안 '일등경제' 깃발 아래 "청주를 위한 일이라면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이승훈 초대통합시장이 임기 7개월을 앞두고 낙마했다.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선거법에 발목이 잡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과 법원을 드나드는 모습을 보며 시민과 시 산하 공무원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런 혼란 속에도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투자 유치 뿐 아니라 청원생명축제 등 보완적 시너지 효과를 쏟아냈다. 역점사업인 '직지 세계화, 유네스코기록유산 센터 유치, 책 읽는 청주-1인1책 펴내기'와 '도·농, 성별·나이·직업을 가리지 않고 시민 누구와도 소통한 게 걸출한 공과였다고 할까. 그런데…

 한때 엘리트 조직 전설로 꼽혔던 청주시 산하 공무원, 언젠가 부터 일탈이 눈덩이처럼 불어 행정안전부 감사·국무총리실 감찰·감사원 감사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거나 엉터리였다는 각종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시민 분노와 행정 공백은 제2, 제3의 엇박자를 낳게 됐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기분 내킨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법의 테두리와 시스템을 얕잡아 본 우롱 맞다.

 권한대항이전의 부시장 역할에 대해서도 시선들은 옹색하다. 공직특성상 권한대행의 버거운 책무를 위민(爲民) 해법으로 마구 쏟아내는 이유다. 박수에 연연하지 말고 폐쇄적·낡은 관행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청주시 위상 쯤 지금 어디서 어떻게 머물러 있는지, 누구 탓인지 최악 적폐인 '무사안일, 복지부동, 변칙행정, 네 탓이야'에 대한 사각지대부터 서둘러 정상을 찾아야 시민 체감온도 역시 따라 오르건만 변화의 궤변 뚫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모양새다. 시름이 깊어진다. 시간도 촉박하다. 정말 어쩔거나?

 최소 100년 청주 미래의 힘찬 비상을 곱씹어야 한다. 새 청사 신축 논란이나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 기피시설 유입을 둘러싼 극렬한 대립, 시립요양병원 노조 간 잠재적 갈등, 단수 및 홍수피해 늑장 대응, 뇌물수수 및 폭행·음주운전·복무해이, 불용액 처분을 위한 겨울 공사강행 등은 여전히 걷어 내야할 덩치 큰 과제다. 시민 분통도 절절 끓는다.

 문제는 진정성에 있다. 세상 넓다지만 좁은 게 사람 운신 폭 아닌가. 통합청주시의 선출직 단체장인 시장, 예상 후보하마평이 오를 때면 '동시(童詩)속 토끼의 승소(勝訴)'처럼 딜레마에 빠진다. 자칭 '시장 깜'이라고 부러지듯 허리 굽히지만 떡줄 사람은 생각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너스레가 오히려 기막히다. 아직, 생경한 망부석과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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