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이슬기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2018년 무술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연말이라는 걸 알리기라도 하는 듯이 거리 곳곳에서 구세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방문하는 모든 매장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흘러나온다. 매해 12월은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며 흘러간 시간들을 반성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다가오는 새해를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맞이해야 할지 고민을 해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지금, 나는 새롭게 밝아오는 2018년을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 걸까.

 2017년 12월 현재 나는 발령받은 지 이제 갓 한 달이 지난 청주시 신규 공무원으로 몸과 마음 모두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직도 첫 출근을 하던 날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만원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그 날, 갑작스럽게 받은 발령 때문에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생애 첫 출근인 탓에 긴장도 많이 하고 불안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출근을 하면서부터는 일을 배우며 몹시 바쁘게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리둥절해 있을 여유가 없었다.

 정신없이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에 문뜩 지난해 12월의 나는 어떻게 연말을 보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는 연말이라고 해서 별로 특별할 것 없이 보통의 날들처럼 주로 독서실에서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제발 내년 시험에는 꼭 합격해 답답하고 어두운 독서실에서 벗어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꿈에 그리던 공무원이 됐지만 합격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던 내 예상과 발령받고 마주친 현실은 달랐고 모든 게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하는 것은 매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선배 공무원들을 보며 감탄하는 한편 내게 주어진 업무는 능력 밖의 일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물론 내가 공부하던 수험생활을 생각해보면, 또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수험생들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하는 고민들과 내가 겪는 힘듦은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각자가 처한 처지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에서는 나처럼 고민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을 걷는 것만 같았던 수험생활. 이 터널만 지나면 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건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혹독한 겨울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이것을 참고 버티면 꽃피는 봄은 반드시 온다. 합격이라는 봄에 흠뻑 취해서 다시 겨울이 돌아올 것임을 잊고 있던 어리석은 나는 지난겨울을 되돌아본다. 한겨울 땅속에서 화려하게 피어날 날을 기다리는 꽃망울같이 찬란한 봄을 기대하면서 열심히 준비를 했던 그때를 회상하며 새롭게 2018년을 맞이하는 지금, 나는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이었음을 반성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며 언젠가 다시 내게 다가올 또 다른 봄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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