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옥천 깻잎 농삿꾼 원정근씨

▲ 탈북 농삿꾼 원정근 씨가 충북 옥천군 군서면에 있는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깻잎을 따고 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저는 농촌에서 희망을 봅니다. 농사는 땀을 흘린 만큼 반드시 돌려주거든요."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탈북해 충북 옥천에서 부농의 꿈을 일구고 있는 귀농인이 있어 화제다.

군서면에서 깻잎 농사를 짓고 있는 원정근씨(60)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원씨는 김일성정치종합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출신으로 정치군관으로 복무했다.  자작농(부농) 집안이었다는 출신 성분 탓에 승진 길이 막혀 제대했다.

이즈음에 '고난의 행군'이 시작돼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탈북을 결행했다.

원씨는 2003년 8월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맨몸으로 압록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했다.

중국 길림성에 왔으나 늘 불안했다. 생활고는 물론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던 중 중국 북경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우연찮게 연결돼 2005년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서도 역경은 계속됐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사회적 편견과 차별, 호기심 어린 시선이 늘 따라다녔다.

통일부 산하에 있는 탈북자 교육기관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그가 한 일은 네 식구를 먹여 살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었다.

경기도 파주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그는 식품회사, 골프연습장, 주유소 등에서 궂은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서서히 지쳐가고 있을 때쯤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지원하는 영농정착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원씨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본격적인 귀농 준비를 시작했다.

교육이 끝난 후 강원 홍천부터 전남 해남까지 전국 각지를 답사했다.

양봉, 사과 등 여러 작목을 놓고 고민한 끝에 사시사철 수확할 수 있는 깻잎을 선택했다.

2011년 깻잎 주산지인 옥천 군서면에 정착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땅을 임대하고 그 위에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농사일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첫 달은 인근 깻잎농가에서 무보수로 일하며 재배방법을 차곡차곡 배웠다. 농사일이 손에 익지 않아 밤낮없이 일할 정도로 고생도 많이 했다.

이런 노력으로 농사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2014년에는 땅도 사고 집도 지었다.

원씨는 3305㎡의 비닐하우스에서 9000만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나원에서 다른 탈북자들에게 성공 사례로 소개할 정도로 제법 이름도 알려졌다.

그는 "깻잎을 출하하느라 몸은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소득이 나오니 보람이 있다"며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고 노후생활까지 자립적으로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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