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애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안지애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빨강머리 앤'은 몽고메리의 동명 소설을 애니메이션화한 추억의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발간된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단순히 아이들이 보는 만화가 아니라 세상에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주인공 '앤 셜리'의 메시지가 담긴 에세이다. 앤의 대사와 작가의 한 마디가 어린이들보다 지금의 '어른이'들에게 더 와 닿는 이야기로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이 많아 추천해보고자 한다.

 "네가 정말 하기 싫은 일이 뭔지 아는 게 중요해. 왜냐하면, 그것만은 피해야 하니까! 그게 인생의 마지노선이 되는 거야. 그걸 알고 나면 최선이 아닌 차선도 견딜 만해지거든"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을 적어낸다. 그럴 때마다 듣는 말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나 또한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모두가 하고 싶은 것만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나는 마음껏 기뻐하고, 슬퍼할 거예요. 이런 날 보고 사람들은 감상적이라니,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표현한다고 수군거리겠지만, 나는 삶이 주는 기쁨과 슬픔, 그 모든 것을,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마음껏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요"

 앤은 긍정적이고 본인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한다. 요즘의 우리는 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할까. 호기심이나 새로운 것을 느끼기 보다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에서 본인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건 쉽지 않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묵묵히, 기분이 좋을 때에도 그저 그렇게. 지금 내가 있는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즐길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한 때가 많다.

 우리에게도 동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순수했던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힐링하는 것. 우리도 어릴 때는 순수하게 밝지 않았을까?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앤의 그 말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다. 기다리고 고대하는 일들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게 실제 우리의 하루이다. 하지만 그럴 때 앤의 말을 꺼내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희망이란 말은 희망 속에 있지 않다는 걸.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는 꽃이라는 걸. 그 꽃에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은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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