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나목의 잔가지 사이로 비친 햇살과 함께 미로 찾기 같은 무술년을 맞았다. 다시 온 세상은 아니지만 황금개를 미화한 덕담들로 새해를 품는다. 설렘과 축복 자체다. 문재인 정부 시작과 함께 청와대가 분위기 좋은 회사처럼 웃음 넘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단계적 제로화 실현으로 당사자들 심장 박동을 높였다. 지난 정부에서 꼬여온 과제들부터 안되는 게 없을 정도로 변화를 실감하니 희희낙락(喜喜樂樂)이다.

 총리와 청와대 보좌진 인사는 연줄의 덫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장관후보자를 내면서 우려가 현실로 불거져 국회청문회나 국민여론을 어물쩍 넘어갔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과하게 5대 비리 관련 배제공약을 무너뜨렸다. '인재보다 내 편'이란 잣대를 우선하다 보면 '내로남불' 쯤, 그럴 수 있겠다.

 외교문제는 어떤가. 지난해 대통령 중국국빈방문 시 대접은 어떤 시각으로나 허접했다. 청와대 공식 반론을 떠나 국빈에 대한 무관심, 한국 기자 집단 폭행, 외교부장의 무례 등 3대 이슈에 국민 자존심부터 무너지는 걸 어쩌랴. 대일관계 역시 타이밍이 아쉬웠다. 지난 한·일 역사를 생각하면 아무리 꾹꾹 눌러도 용서 못할 기록으로 박혔지만 왜 하필 평창 동계올림픽 문턱에서 '위안부 문제'의 정부 간 공식 약속을 뒤집었을까. 일본 측 요동기세도 심상찮다.

 감정보다는 역사와 현실을 감안한 발전적 봉합, 외교부 과제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고위 당국자 회담이 세간의 관심을 끈다. 올림픽을 의제로 분위기가 포근해지면 핵문제를 포함 단절됐던 여러 매듭까지 풀어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낙관은 금물이다. 일방 호들갑 뒤로 썰렁했던 답안지를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잖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았으나 미래가 모두 핑크빛은 아니다. 그만큼 예측이 힘들므로 위기와 혼란을 완화할 수 있는 '안전망' 마련 또한 시급하다. 자영업자 절규, 최저 임금 인상과 경기순환 연결고리에 알바자리 한숨도 짙다. 취업과 임금을 수치(數値)로만 닦달하다 보니 벌써 고름 주머니만 커졌다는 자조(自嘲)다. 어느 셰프가 요리하면서 던진 멘트를 기억한다. "아마추어는 당장 급하니까 발등에 떨어진 문제를 빨리 해결할 방법만 찾는다.

 진정한 프로란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체를 설계할 줄 안다"고 했다. 생각할수록 요리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무 호들갑 떨지 말고, 서로 할퀴지 말고, 서로 기(氣)살려주는 나라, 무조건 OK 아닌 NO와의 균형을 바라는 비유로 들린다. 대통령 신년사 "사람이 먼저인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처럼, 정치·경제·외교·사회·교육·문화를 망라하여 남·녀·노·소가 변화에 둔하고 좀 느려도 국민모두 법 앞에 평등한 행복 근육을 불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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