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범 청주시 상당구 용암2동 주민센터

 

[최기범 청주시 상당구 용암2동 주민센터] 황폐하고 쓰레기만 가득한 2800년의 지구, 사람들은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났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만 가득한 지구에서 수백 년 동안 '월E'는 혼자서 지구 폐기물을 처리한다. 우주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모든 것을 기계의 손을 빌려 생활해 걷는 방법조차 잊어버렸다. 그들은 지구로 귀환하는 날을 꿈꾼다. 마침내 인간들은 지구에 돌아와 희망을 품고 다시 터전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인간의 노력 없이는 다시 쓰레기가 가득한 황폐한 지구가 될 것이다.

 쓰레기는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미관을 헤쳐 현대사회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쓰레기 배출량과 불법투기를 줄이고 맑고 깨끗한 청주를 만들기 위해 '아이도(AIDO) 시민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도(AIDO) 시민운동'이란 'Autonomous(자율적인) Illegal(불법적인) Dump refuse(쓰레기 투기) Observers(감시단)'의 약자로, 쓰레기 불법 투기 근절과 자원절약 및 재활용을 목표로 추진하는 시민자율참여운동이다.

 필자는 1년 동안 아이도 시민운동 담당자로 근무하면서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도움으로 우리 시가 전보다 더 깨끗해진 것을 봤다. 시민들이 환경과 쓰레기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에 뿌듯함도 느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넛지'라는 책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환경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넛지'란 사람들의 무의식에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똑똑한 선택과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주위에는 넛지 효과를 일상생활에 활용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변기 속 파리의 그림으로 변기의 불결을 줄이고, 정크 푸드를 먹지 말라고 하는 대신 신선한 과일을 눈에 띄는 곳에 두는 것 등이 넛지의 예이다.

 넛지 효과를 쓰레기 행정에 도입한 사례도 많이 있다. 길거리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농구대로 디자인한 덴마크의 코펜하겐시, 쓰레기통으로 축구선수 메시와 호날두를 투표하는 네덜란드의 아이디어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불법투기 되는 것을 막고 쓰레기를 쓰레기통으로 버리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넛지 행정'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더 나은 선택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소란한 소리가 나지 않는 조용한 행정이지만 적은 비용으로 최선의 결과로 이끈다. 우리도 넛지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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