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한 지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자 첫 번째 동계올림픽이다. 2월 9일부터 25일까지 평창, 강릉, 정선 등 강원도 일대에서 총 102개 종목에 걸쳐 뜨거운 열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올림픽 개최에 이르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개최지를 둘러싼 무주와의 국내경쟁에 이기고도 두 번의 도전 실패라는 쓴잔을 마셔야 했다. 2011년 IOC 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때까지 2전 3기, 이번 올림픽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낸 값진 성과다.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한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작년 12월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청량리, 평창을 거쳐 강릉에 이르는 경강선이 개통되면서 KTX를 타면 인천국제공항-강릉 구간을 1시간대로 주파(走破)할 수 있게 되었다. 개·폐막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을 비롯한 경기시설도 대부분 완공이 되었고 숙박시설과 각종 장비들도 막바지 점검 작업에 여념이 없다.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많은 추억이 있다. 일본은 삿포로(札幌:1972년)와 나가노(長野:1998년) 두 번의 동계올림픽 경험을 갖고 있는데 특히 내 고향에서 열렸던 나가노올림픽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1997년 11월에 터진 IMF 외환위기로 나라 전체가 미증유의 대혼란에 빠진 시기였다. 기업이 줄도산하고 노동자들은 대량해고를 당했으며 생활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 사람도 하루아침에 다니던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인 내가 언제까지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을까? 나만 믿고 사는 처자식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멀리 일본에서 전해지는 올림픽 소식이 내게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TV를 통해 그리운 고향 풍경을 배경으로 일본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불안한 마음을 잊을 수가 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흘렀다. 준비과정에서 금지약물복용으로 겨울스포츠의 절대강자 러시아가 불참하게 되고, NHL(북미아이스하키연맹) 소속의 스타선수들이 출전을 포기하는 등 악재가 이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불투명했던 미국의 참가가 확실시되고, 사상 최다인 92개국의 참가가 예상되는 등 대회 흥행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어떤 성과도 북한의 올림픽 참가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와 그에 따른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고조는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의 최대관심사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올림픽을 볼모로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가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국민 아니 인류의 평화를 위해 이번 올림픽은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한다. 이 민족에게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온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 온 역사와 전통이 있지 않은가. 나는 이번에도 그 저력을 믿는다. 17일 간의 올림픽 기간 동안 또 하나의 놀라운 기적이 이루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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