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대 교수

[이장희 충북대 교수] 제천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개월이 지났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잊히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싶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세월호를 비롯해 잊혀가는 재난사고에 대해 유가족들의 아픔만으로 남기에는 사회의 안전구조망이 너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천화재참사 1개월이 경과하는 시점에서 열린 지난 22일 토론회에서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화재진압을 했던 소방공무원책임론도 부각되었으나 언론보도의 문제점과 아울러 제대로 훈련되지 못한 현장대응능력이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상황이론 측면일지는 몰라도 현장의 도면을 근거로 한 화재진압이나 대응능력이 부족했고, 대형화재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실전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다 초기대응에 실패했고 미숙한 현장관리가 주요원인임은 분명한 듯하다. 유가족대책위는 소방담당자의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처벌을 주장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한 소방관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청원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 한복판 종로에서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 된 방화사건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소방차 접근시 내비게이션에서 밀착경고음을 내거나 소방차 출동시 길터주기 운동 및 주차 차량파손시 책임경감이나 국가배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소방차진입이 어려운 주거환경이나 상업시설에 대한 사전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밀집되어 소방차 접근조차 어려운 전통시장이나 좁은 골목주택가의 경우 도시화의 뒷전에 내몰려 재난 취약지구로 전락하고 있다. 대구시장화재나 이번 종로여관방화사건에서처럼 재난안전으로부터 사각지대가 된 경우가 많아 항상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내는 주거빈곤층들이 화재사고 발생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약자로 내몰리게 되는 현실이며, 월세보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허름한 달방에서 얼마 되지 않은 소액을 내고 장기투숙을 하는 곳이 전국곳곳에 산재해 있고, 스프링클러는 엄두를 낼 수도 없고 심지어 뒷문이나 비상구도 있을 리 없는 가건물이 대부분이라서 '돈이 없으니까 죽은 것'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우리의 현실을 잘 대변하고 있다.

 지역안전지수는 각 지방정부의 교통사고, 화재, 범죄, 자연재해,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7개 분야의 안전수준을 평가하여 계량화한 것인데 충북은 교통은 안전한 편이나 자연재해와 범죄는 최하위수준으로 산업화에 따른 난개발과 신규노동자진입으로 인한 치안불안에 원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충북의 경우 감염병과 자연재해분야의 등급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감염병은 진드기 사망자나 AI 등 가축법정감염의 발병에 따른 것이고 자연재해는 충북지역의 기습적인 폭우로 인한 이재민과 재산피해의 발생 때문이다.

 안전한 생활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하나씩 풀어 나아가기 위한 '안전 충북' 로드맵이나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재난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서 최소한의 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범죄나 화재로부터 무방비상태인 이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처럼 '재수가 없어서 화재로 죽은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죽은 것'이라는 푸념들이 강추위에 움츠러든 마음같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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