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교육정책은 교육현장의 변화와 직결된다. 교육현장의 변화를 위해서 교육정책이 입안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교육정책이 기획기능이라면 교육현장은 집행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획과 집행은 불과분의 관계에 있다. 바늘과 실의 관계다. 상호 보완적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교육정책을 입안하거나 손질할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시도했다가 저항에 부딪혀서 안 한다면 이는 소극적 자세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개정할 경우는 신중을 기해서 추진해야 한다. 결코 즉흥적 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조령모개식 교육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살길은 교육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먼 장래와 가까운 미래는 교육에 있다.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교육에서 나온다. 한 가정의 근간도 교육에서 비롯된다. 사회발전도 교육에서 나온다. 국가의 성장발전도 교육에 근거하고 있다. 그만큼 교육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서 교육의 틀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손대는 교육정책마다 분란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수장의 헛발질에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영어특별활동을 금지키로 한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회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이런 일이 더 있으면 장관직을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애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교육금지를 밀어붙이려 했다. 그러나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의식한 여당의원들의 만류로 '없던 일로' 방향을 틀었다.

 신년 초 상견례를 겸한 교육부총리와 여당 교문위 소속 의원들과의 만찬에서도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이 자리에서 여당의원들은 "막는다고 학부모들이 영어공부를 안하겠나. 풍선효과가 불 보듯 뻔하다", "대안을 마련해놓고 정책을 시행해야지 무턱대고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현장 얘기를 더 들어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교육부가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영어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새 정부 들어서서 교육부의 정책급선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보류한 일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절대평가항목을 확대 하겠다"고 밝혔다가 "고교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에 매달리는 등 사교육이 들끓게 될 것"이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1년 유예했다.

 교육부가 현장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는 게 여당의원들의 주문이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펴다가 저항과 불만에 직면하게 된다. 교육부는 이번 일련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진하기 바란다. 교육정책 입안자들과 교육현장 집행자들의 상호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거시적 안목으로 교육의 틀이 짜여 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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