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식 청주시 서원구 농축산경제과장

[박구식 청주시 서원구 농축산경제과장] 봄철 날씨가 따뜻하면 산림을 관리하는 부서는 왠지 불안하다. 그런 날은 조그마한 불씨가 산불로 번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해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게 한다. 1년 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봄철로, 전체 발생 건수 중 60% 정도가 봄에 발생하고 큰 산불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자체에서는 매년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봄철 산불방지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예방감시원과 산불 진화대를 고용해 산불 발생 억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산불 발생을 원인별로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가 전체 발생 건수 중 38%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성묘객 실화 순이다. 1990년대만 해도 산불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주민들이 나서서 불을 꺼 초기 진화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농촌거주자 대부분이 고령화로 산불이 나도 진화할 사람이 없어 산불 진화대 없이는 불을 끌 수가 없다.

 산불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조그만 불이라면 발견자가 솔가지나 외투 등으로 두드리거나 덮어서 진화하고 규모가 큰 산불이라면 불과 멀리 떨어진 후 신속히 소방관서 119 또는 가까운 면사무소나 지자체로 신고해 지원 인력이 도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혹 노약자분들이 논밭두렁을 소각하다 부주의로 인해 산불로 번졌을 경우 책임감 때문에 안간힘을 쓰고 불을 끄다 화상을 입거나 변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 산불 진화 시 성급한 마음에 불보다 빠르게 능선 쪽으로 오르면 안 된다. 산불은 바람에 따라 급속히 번질 수가 있어 아랫부분부터 차근차근 진화해 나가야 한다. 혹시라도 산불을 끄다 불에 갇혀 대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주변의 낙엽, 나뭇가지 등 연소물질을 신속히 제거하고 바람을 등지고 낮은 자세로 엎드려 대피해야 한다.

 산불은 한순간에 울창한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 그 기능을 다시 회복하려면 최소 5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산불은 단순한 산림 피해뿐만 아니라 홍수 조절 기능 저하,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 생물의 다양성 감소, 대기오염 증가 등 2차적 피해를 가져온다. 산림부서는 봄이 오면 가장 걱정스러운 게 산불이다. 매년 산불로 인해 아까운 산림이 478ha 정도씩 소실되고 있다. 이제 산불 예방을 위해 산과 인접한(100m이내) 곳에서는 농산부산물 소각을 금지하고 등산할 때에도 반드시 지정된 등산로만 이용하며 산에서는 담배 등 인화물질과 멀리한다면 애써 조성해온 산림자원을 산불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