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몇 일전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1주일 여정이었고 매년 봉사활동으로 다녀오는 곳이라 이번에도 특별한 일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잘 다녀왔는데, 귀국해서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는 부분이 있어 밝히고자 한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 6~70년대 상황과 비슷하여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이다. 기후도 열대지역인지라 출국 전부터 의상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막상 도착해서는 여름옷으로 갈아입느라 한바탕 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요즈음 같은 동남아 권역이라 그러한지 현지도 아침, 저녁으로는 섭씨 22도 이지만 평년보다는 서늘하다고 하며, 15도 정도가 되면 동사한다고 하니 대비가 된다.

 이번 방문의 일정을 마치고, 현지 출국심사대에 서서 면세점에서 필요한 선물을 살 것을 준비하면서 빨리 심사를 받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부부로 간 일행 중 남편분이 부인을 먼저 보내고, 그 분은 따로 일행의 연세가 많으신 분의 뒤에 같이 서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 분의 통관 수속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연세 많으신 그 분은 나도 잘 아는 분이라 호텔에서도 같이 숙박을 했으며, 나름 내 딴엔 챙겨 드려야 한다 싶어 출국 시에 비행기 내에서 영문 작성 등을 도와 드렸는데, 그 분의 입국서류를 작성하지 않고 내 것만 작성한 것이다. 노인 분이 심사대에서 지적을 받자 바로 뒤에 따라오던 그 분이 얼른 다가가 대신 써주어 통관을 한 것이다. 참 미안한 마음으로 멀리서 쳐다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어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때도 먼저 통과하여 우연히 그 두 분의 통과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노인분의 뒤에 서서 그 분이 통과 시에 지적을 받자, 옆에 서서 통역을 해 주면서 일일이 챙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필자도 해외여행을 꽤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그 분이 노인 분을 도와주는 장면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학생들에게 그토록 배려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진작 나 자신은 '남을 배려한다는 것 정말 제대로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자 '아직 멀었다'하는 생각이 든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남이 생각할 때 진심어린 배려가 몸에 배어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때로 남을 도와준다고 하면서, 도움 이전에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질 못할 때가 많다. 상대의 입장, 그리고 처지를 헤아리기 보다는 내 입장에서 내 방식으로 도와주는 측면만을 부각하지는 않았나 반성된다. 그래서 가끔 주고도 욕먹는 일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성경에도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 와 닿는다.

 배려, 배려란 바로 이처럼 몸에 배어서 자연스럽게 베풀 때 베푸는 사람이나 받든 사람이 공히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한다. 필자도 공항에서 나올 때 마다 기를 쓰고 빨리 나오려 했던 적이 대부분 이었다. 빨리 나와서 어쩌자는 얘기인가? 또 조금 더 빨리 나와서 무엇을 하려 했는가? 다음 여행 때부터 시작해 보리라. 마치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그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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