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며칠 전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이 지나갔다. 입춘(立春)은 새해 첫째로 맞이하는 절기이다. 해는 벌써 높이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파가 몰려와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올 한파는 유난히 혹독하게 춥고 길어서 다시 한 겨울로 되돌아간 듯하다.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둘러도 아직도 한기가 느껴진다. 그래도 자연의 위대함은 강가에 있는 나무의 잎과 꽃을 틔울 준비를 하고, 강물 위에서 춤을 추는 오리들의 모습에서 생동감을 느낀다.

요즘 연일 지속되는 혹한의 추위로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탓인지 사람들은 비전상실 증후군에 빠져 미래의 비전 없이 현상유지만 하며 의기소침한 채 무의미한 시간을 그냥 흘러버리는 것 같다. 추위가 일부 원인일 수 있겠지만 열정을 발산할만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세상적인 욕망이 지배하는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내버리고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살아가는데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완벽한 것이란 없다. 겉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물위에서 헤엄치는 오리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확연히 다른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하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자신의 고정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의 마음이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조차 걱정과 근심으로 밤을 새우며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전통경제학으로 미래예측이 곤란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신 혼돈의 상황이다. 이제 전통경제학에 심리학이 융합하여 인간의 감성을 고려한 새로운 경제 질서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예외 없이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게 한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전 부문에서 일어나는 일과 사건들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앞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어디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하는지 생각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당장 버려야할 잘못된 것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단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구라도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수치심을 느끼기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주 중요하다.

올해 필자는 무술년 황금개띠로 환갑을 맞이한다. 지금까지의 삶의 궤적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매우 궁금하다. 생각해보면 가족이나 주변의 기대와 시선을 의식한 채 나보다 상대방을 우선하여 배려하는 자세로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친화적인 성격 탓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행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혈연, 지연, 학연뿐만 아니라 직장 업무와 사회적 활동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회 활동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사소한 안부라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큰 축복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새봄을 맞이하여 인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감격을 기대한다. 늘 그랬듯이 대부분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노래에 중독되어 현실적 고통을 모른 척 하거나 견디면서 살아간다.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으며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가다듬고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자신감은 성공과 행복을 이루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봄은 만물의 출발이며 한해의 머리가 된다. 입춘이 지나면서 매화와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따뜻하고 온화한 기운은 나팔소리를 울리며 생명의 탄생을 노래한다. 세상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막연하게 기다리는 희망보다 역경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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