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이제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 연휴가 시작된다. 벌써부터 본가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소주 한 잔하며 밤샘 고스톱의 기쁨과 고난이 함께 기다리고 있다. 어린 시절 설날은 밤새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님이 우리를 잠을 안 재우셨다. 밤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여... 그건 그렇고 설날에 차례지내고 성묘하고 나면 어찌하여 설날이 소주와 고스톱으로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설날 당일 저녁부터 본가에 온 친척들과 해서 밤새 소주, 폭탄주에 고스톱 판이 벌어진다. 아무리 자제한다고 해도 소주와 고스톱으로 인해 설날의 흥겨움이 더 한 것을 어찌하랴.

 그래 그런지 요즘 설날을 앞두고 항간에 술에 대한 이야기, 즉, '명량해전'이란 글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 내용인 즉, 때는 소주나라 진로임금 14년, 숙취년, 백성들이 맥주 반, 소주 반을 실천하며 숙취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바다건너 양주나라가 각종 위스키 전함을 이끌고 소주나라를 침략하였다. 위스키의 뒤끝 없음에 방심하던 소주군은 연전연패하여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라. 금복장군, 시원장군, 무학장군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전장으로 나아갔으나, 적의 높은 알콜도수를 앞세운 파상 공격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허나, 소주나라를 구할 뛰어난 장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참이슬장군이었다. 전라 좌수사로 있던 참이슬장군은 경상우수사 국순당 장군이 지키던 '원샷성'의 함락소식을 듣게 되었다. 위스키군이 아무리 많아도, 꼬냑부대 무술이 아무리 강해도, 브랜디 전사들이 병을 잘 따도, 우리 소주 병사들이 잘 싸워 줄 것으로 믿은 참이슬장군은 세계 최초 두꺼비 전함을 타고, 하이트 화살을 쏴대며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니 적군은 안주와 술잔의 보급이 끊겨 고립되고 말았다. 그러나 참이슬장군이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카스장군의 모함으로 인해 진로임금이 진노하여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었는데, 이때 충직한 선비 안동소주가 상소를 올려 장군 목숨을 구하였다. 참이슬장군은 졸병으로 강등되어 관직 박탈당하고 팩소주로 백의종군하였다.

 그 후, 참이슬장군의 뒤를 이어 삼도 통제사로 부임한 카스장군은 위스키군에 연전연패하여 도망가 버렸고, 이에 다급해진 진로임금은 참이슬장군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하니, 참이슬장군은 귀신같은 용병술과 다양하고 창조적인 폭탄주로 위스키군을 일거에 섬멸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그러나 마지막 전투에서 적이 던진 정종에 맞아 소주를 줄줄 흘리며, 이 말을 유언으로 남기며 장렬히 전사하게 된다. "나의 낮은 알콜 도수를 적에게 알리지 마라"

 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나게 작성한 글이다. 우리 민초들은 삶이 고단해서 한 잔, 기분 좋아 한 잔씩 한다. 무술년 새해, 우리 민초들의 건강을 위해 삶이 고단한 부분과 기분 울적한 부분 좀 줄여주는 일들을 우리 세금으로 연봉 많이 받는 높은 분들이 해 주셨으면 한다. 만일 아니라면 오는 6.13 지방선거 때 눈물 좀 흘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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