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노오란 꿈 꼬옥 박힌 나라. / 출렁이며 커가는 물결 안고 / 잎보다 먼저 세상 구경한다. 달님 별님 내려와 갸웃거리다 / 동생 찾았다고 쏟아내는 빛. / 필자의 동시 '개나리' 전문이다. 개나리·진달래는 네 계절 꽃들의 출발로 연결된 천생 연분이며 헝클어진 인간관계에 간절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요즘 특별한 눈과 귀가 아니어도 "맞아, 새 봄은 오는 거야"로 설렌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 인내보다 도착적 성의식 때문이었다.

 검찰 간부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성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에 이어 충북 모 고등학교 20대 여선생님 역시 2년 여 침묵해온 동료의 몹쓸 짓을 깬 '한국사회 미투(Me too) 운동'은 문단·연극·영화·종교계 등, 굴욕적 갑질 행각에 목쉰 떨림이 시작 됐다.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린다. 성 비위 연루로 징계된 국가공무원 숫자는 2012년 이후 4년간 586명, 한 달 평균 12명 대부분 직장 내 성희롱과 추행으로 드러났다.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놀림과 치근거림·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함으로써 개인 혹은 집단에 대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 고통을 야기하는 게걸스런 행동을 가리켜 희롱·추행으로 함축한다. 뻔히 알면서도 지배와 피지배의 우월적 관계를 성적(性的) 노리개 삼은 손장난 말장난, 인권을 깔고 뭉갰다.

 희귀병 앓는 딸 '어금니아빠 행복'에서 손수건 행세를 하던 주인공이 그 딸 중학생 친구까지 성폭행 뒤 살해한 인면수심 엽기의 주범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성매매 요구를 거절당하자 투숙했던 여관에 불을 질러 5명이나 숨진 괴담형 행태도 차라리 꾸민 이야기였음 좋으련만 말문부터 막힌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가리켜 대부분 전환기로 규정하고 있다. 급격한 경제·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도덕불감증 등 각종사회 개인문제는 어쩌면 그 이상 미래의 진운을 포함할지도 모른다. '멀쩡한 사람 누구?'일 정도다. 그러나 정부차원 예방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진 면피성으로 한바탕 웃고 지나는 휴식 수준이외 효과는 글쎄다.

 신고 전화번호를 잊어 손 놓고 있거나 범죄임을 몰라서도 아니다. 처벌 강화 역시 말잔치일 뿐 전자발찌조차 무용지물인 현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속성상 조직에서 고발자는 배신자로 찍혀 왕따를 당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말할까 말까' 자율감각이 마비된 채 피해 기억조차 닫혀버린 고통과 분노의 긴 시간들, 웅크렸던 자신을 찾아 거듭 핀 웃음을 보고 싶다. '짐승만 못한'이란 수식어가 사람을 따라붙지 않는 '인권존중', 정답은 자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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