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김영애 수필가] 쓰레기 봉지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살아있는 강아지를 버린 범인을 찾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쓰레기 봉지 안에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화면에 비춰졌다.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차마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어서 신고를 했던 그 정황들이 눈에 선하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치료를 했지만 결국 그 강아지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범인은 그 강아지를 키우던 주인이었다. 병이 들어서 죽어가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내다버렸다는 이유였다. 그들의 죄 값은 벌금 몇 푼으로는 용서가 안 되는 행동이었다. 아무리 말을 못하는 동물이라도 건강할 때는 가족이고 병이 들어서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쓰레기를 버리듯이 어찌 살아있는 생명을 버릴 수가 있을까!

 우리집 강아지 사랑이는 습관적인 상상임신으로 극도로 예민해져서 한 달이 넘도록 출산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작은 인형들을 다 물어다가 품고 있으면서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중이다. 나와 어미인 은총이는 사랑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지냈다. 밥을 먹으러 나오거나 용변을 보러 나오는 일밖에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예민하게 구는 딸 사랑이 때문에 어미인 은총이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까칠한 딸을 키우는 엄마 은총이다. 은총이 혼자 적적할까봐서 사랑이를 낳게 하고 둘이 우리 가족으로 함께 한지도 십년이 가까워진다. 어미인 은총이는 유순하고 지성미가 넘치는 여인 같은 자태를 보이는 강아지고 딸인 사랑이는 천방지축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강아지였다.

 상상임신도 두어 달이면 출산을 해서 툭툭 털고 일어나게 마련이었는데 웬일인지 이번에는 사랑이의 행동과 심기가 전과 다르게 많이 불편해 보였다. 이유 없이 짖어대기도 했지만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소화제 한 톨 안 먹여도 잘 커준 은총이와 다르게 사랑이는 자주 토하기도 하고 설사도 간혹 했다. 그럴 때마다 상비약을 먹이면 발랄하게 잘 놀아주었다. 설 연휴를 본가에서 함께 보내는 내내 사랑이는 심기가 불편했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서 증세를 설명하니까 휴진이라고 내일 오라고 했다. 연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맛있게 간식도 먹고 내 품에 안겨서 유난히 뽀뽀 세례를 퍼부어댔다.

 새벽시간 사랑이의 뒤척임 소리에 달려 나갔다. 발작 증세를 보이는 사랑이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했다. 잠깐 구슬 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아침이 되면 병원에 가려던 그 시간까지도 차마 견디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상상임신 증세라고 방치했던 시간들이 자책감으로 밀려왔다. 오래 함께해서 소통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그걸 알아봐주지 못한 나쁜 보호자였다.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득 주었는데 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엄마집 양지바른 배나무아래 사랑이를 묻어주었다. 구슬 같은 눈에 흙이 들어간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 돌아오는 길에 봄이 따라 오고 있었지만 나는 어떤 이별보다도 오래 슬프기만 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사랑이는 하얀 배꽃으로 피어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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